[사설]온기나눔 릴레이, 울산 공동체를 잇는 힘으로

2025-12-31     경상일보

울산시의 온기나눔 릴레이가 공동체의 결속을 단단히 잇는 힘이 되고 있다. 올해 ‘사계절 생활밀착 온기나눔 이어가기’를 통해 시민·기업·단체 45곳과 시민 2100여명이 나눔을 펼쳤다. 급식과 재능봉사, 김장과 제과·제빵 나눔, 아동·청소년 문화체험, 환경정화, 주거환경 개선까지 생활의 현장을 두루 보듬었다.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기부와 자원봉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참여의 문턱을 낮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온기나눔의 성과는 단순한 수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김치 300박스, 빵 500여개, 문화체험 400여명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더 주목할 대목은 나눔을 연중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설과 추석, 연말에 집중되던 기존의 계절성 나눔을 넘어 사계절 운영을 내세웠고, 급식·돌봄·환경·주거까지 생활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나눔이 ‘행사’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안전망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다만 성과가 곧바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나눔이 확대될수록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요 중심 접근이 중요하다. 현장에는 돌봄 공백, 이동 지원, 주거 안전, 의료·재활 연계처럼 물품 기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적지 않다. 읍면동과 복지기관의 수요를 바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리하고, 기관과 단체의 역량을 그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

연말연시는 나눔의 손길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커지고, 동시에 한파와 고립, 돌봄 공백이 겹치며 도움이 더 절실해진다. 이런 시점에 올해 온기나눔의 결산이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연말의 온정이 단발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미 이어져 온 나눔의 흐름에 더 많은 참여가 보태져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말의 마음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다. 큰 기부보다 작은 참여가 지속되고, 일회성 봉사보다 반복 가능한 실천이 쌓일 때 체감은 달라진다. 청년과 직장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짧고 잦은 봉사, 재난 대응과 연계된 생활 안전 봉사, 기부 이후 상담과 사후 관리까지 잇는 연계체계가 필요하다. 연말연시의 온정이 새해에도, 사계절 내내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온기나눔 릴레이는 올해 나눔을 묶어 확산시키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 다음 단계는 내실이다. 선의만으로 공동체는 유지되지 않는다. 선의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있을 때, 나눔은 확산되고 울산은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