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전력 자급률 껑충…차등 요금제는 ‘그림의 떡’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과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차등요금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 시간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달리 부과해 피크 전력 사용을 조절하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이며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핵심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도입 시기를 ‘2026년 하반기 이후’로 늦춰 잡으면서, 분산에너지 특구를 기반으로 산업 전략을 준비한 울산과 다른 지정 도시, 기업들의 조기 시행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LNG·LPG 복합발전소와 수소열병합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2년 102%였던 자급률은 올해 7월 말 기준 111.1%까지 올랐다. 여기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0일 울주군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운영을 허가하면 전력자급률은 145.5%로 껑충 뛸 전망이다. 새울 3호기는 설계수명 60년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연간 약 250만~3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0TWh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함께 건립 중인 새울 4호기가 내년 말께 운영 허가를 받으면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약 180%로 상승할 전망이며, 2030년대 단계적으로 가동될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까지 포함하면 자급률은 300%를 넘어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지난 25일 ‘전력수요 유치형’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됐다. SK 멀티유틸리티가 산업단지 내 기업과 신규 수요처에 저가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차등요금제 도입 지연으로 산업 유치 전략과 전력 효율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행 3분할 차등요금제(수도권·비수도권·제주) 논의는 발전지역과 수도권 간 이해관계 충돌로 진전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도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현하려면 전기요금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울산시 역시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해 분산특구 지정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력히 강조하고 있다.
차등요금제는 울산이 전통 산업도시에서 ‘AI 도시’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는 제도적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이상 도입을 미루지 말고, 차등요금제를 확실히 제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