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감염병]면역력 맹신 절대 금물, 겨울 건강 초기에 잡자

2025-12-31     차형석 기자

겨울이 되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면역력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겨울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겨울철 감염병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좋은삼정병원 호흡기내과 나인균 센터장과 겨울철 감염병의 증상과 특징,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겨울철 각종 호흡기 질환 증상 비슷해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고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코와 기관지 점막이 쉽게 마른다. 이로 인해 외부에서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걸러내는 방어 기능이 약화된다. 또한 난방 사용으로 실내 공기는 더욱 건조해지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환기 횟수는 줄어들기 쉽다. 이러한 환경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오래 머물며 전파되기에 매우 유리하다.

여기에 겨울철 생활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나인균 좋은삼정병원 호흡기내과 센터장은 “야외 활동은 줄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 직장, 대중교통 등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다”며 “연말연시 잦은 모임과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 역시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환경적·생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겨울은 1년 중 호흡기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계절이 된다”고 말했다.

겨울철 호흡기 감염질환들은 초기 증상이 비슷하다. 발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은 독감과 코로나19, 단순 감기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폐렴 역시 초반에는 감기와 구별이 쉽지 않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고열이 동반되지 않거나 단순히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겨울철 흔히 겪는 감기는 대개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며 콧물, 인후통, 가벼운 기침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다.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만으로도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고열과 심한 근육통, 두통, 극심한 피로감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인균 센터장은 “독감은 단순 감기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서는 폐렴, 심혈관 질환 악화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폐렴은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고열과 호흡곤란, 누런 가래, 흉통 등이 주요 증상이며, 노인에서는 기침이나 미열, 전신 쇠약감만 나타나는 등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질 경우 입원 치료나 중환자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다.



◇“과학적 근거 기반 예방과 조기 대응 중요”

면역력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오히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인규 센터장은 “면역력은 분명 건강 유지에 중요한 요소지만, 겨울 감염병을 모두 예방해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섭취만으로 감염병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고령자나 만성 폐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환자의 경우 기본적인 면역 기능 자체가 저하돼 있어 감염 시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감염은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독감이나 폐렴 이후 혈압과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사례는 임상에서 흔히 관찰된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면역력 강화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평소 복용 중인 약물 관리와 정기 진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 감염병 예방의 기본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생활 수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실내에서는 주기적인 환기와 적절한 습도 유지가 필요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겨울철 감염병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방접종은 감염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크게 낮춰준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매년 정기적인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인균 센터장은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는 경우, 숨이 차거나 흉통이 동반되는 경우, 가래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에는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겨울철 건강은 ‘참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확인하는 것’에서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겨울 감염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올바른 이해와 예방, 그리고 적절한 진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막연한 면역력 신화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예방과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