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없이 ‘학교시설 개방’ 갈등만 키워
울산에서 학교시설을 개방해달라는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운영비 지원 체계는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학교와 이용자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3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2020년 ‘울산시 각급 학교시설 개방과 이용에 관한 규칙 전부개정규칙안’을 제정하고, 교육활동 및 학생안전과 재산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이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주민들은 각종 교실과 시청각실, 체육관, 운동장, 수영장 등 공·사립학교 내 다양한 시설을 동호회 활동 장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시설 개방이 확대되면서 체육관 내 샤워실 등 부속시설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울주군 A초등학교는 체육관을 배드민턴·배구 등 생활체육 동호회에 개방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측이 체육관 내부에 설치된 샤워실을 예산난의 이유로 지난 5월부터 전면 폐쇄하면서 불거졌다.
체육관을 이용하는 일부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샤워실이 철거되거나 고장 난 시설이 아닌데도, 시간제 운영 등 대안 검토 없이 이용만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체육관은 개방하면서 샤워실만 폐쇄한 것은 학교시설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학교측은 과도한 운영비 부담을 샤워실 폐쇄 사유로 들고 있다. 학교 구조상 지하에서 도시가스를 가동해 2층 체육관까지 온수를 공급하는 방식인데, 샤워실 온수 사용이 늘면서 최근 전기·가스요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관리 인력 부담도 적지 않다. 샤워실을 개방할 경우 위생 관리와 안전 점검을 위해 별도의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관련 예산 지원 없이 학교 자체 예산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용자측에서 일부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학교에 전달했지만, 실제 사용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비용 책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시설 개방이 주민 편의라는 공공적 목적을 지닌 만큼, 해당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주군은 생활체육 동호회에 학교시설 이용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동호회는 보조금을 활용해 학교에 시설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조례상 학교가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 시설을 운영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각 학교의 시설 여건과 관리 인력, 예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