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콘센트에 난방기기까지…겨울 전통시장 안전 ‘빨간불’
2025-12-31 주하연 기자
30일 찾은 중구 구역전시장. 이날 울산의 기온은 아침 최저 1℃, 낮 최고 8℃에 머물렀다. 시장 상인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와 담요까지 둘러쓴 채 각자 좌판 옆에 난방기기 하나씩을 두고 손을 녹이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난방기기 주변 환경이었다. 전기난로 바로 앞에는 담요와 비닐 포장재, 종이상자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고, 일부 점포에서는 난방기 위에 천이나 수건을 걸어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콘센트 하나에 난방기기와 조명 등이 동시에 연결된 이른바 ‘문어발식’ 전기 사용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오래돼 피복이 벗겨진 전선들이 뒤엉켜 있었고, 전선 위에 수건 등을 걸어둔 점포도 있었다.
한 상인은 “요즘 같은 날씨에는 너무 추워서 난방기기를 안 쓸 수가 없다”며 “위험한 건 알지만 장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전통시장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데다, 시장 구조상 다수의 점포가 밀집돼 있어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화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월1일부터 현재까지 울산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9건, 이로 인한 피해액은 1억4030만원에 달했다. 대부분 전기적 요인이나 부주의가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 발생 이후의 피해 복구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관내 전통시장 점포 3579곳 가운데 화재공제에 가입한 점포는 1327곳으로, 가입률은 37.1%에 그쳤다. 전국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울산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화재공제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해당 공제에 가입하면 공제료의 60%를 울산시가 지원해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내년에도 전통시장 점포를 대상으로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료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난방기기 사용 증가로 전통시장의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전기설비 점검과 난방기기 주변 정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인들의 자발적인 안전 관리와 함께 화재공제 가입을 통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