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동시]개미가 나를 구경한다. - 송인덕

2026-01-02     차형석 기자
표제·일러스트=우형순
표제·일러스트=우형순

오늘
학교에 늦었는데
신발끈이 자꾸
말을 안 들었다

운동장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작은 개미 한 마리가
내 무릎까지 올라왔다

잠깐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갔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 개미는
나를 구경한 것이라고

“이 아이는
오늘 늦었고요
신발끈이 엉켜 있어서
살짝 화가 나 있었어요.”
개미는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전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신발끈이
살짝 풀렸다


■당선소감-송인덕/감정을 부풀리기보다는 장면을 남기고 싶어

송인덕

앞으로도 과장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제가 붙잡은 사소한 장면이 누군가의 눈과 손끝에 닿았다는 것. 한 마리 개미가 운동장을 건너듯, 제 동시도 그렇게 누군가의 하루에 착지했기를 바랍니다. 무릎 위에, 책상 모서리에, 혹은 잠옷 주머니 속에.
저는 지금껏 ‘이걸로 상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시를 쓴 적이 없습니다. 항상 먼저 쓰고, 나중에야 ‘아, 내가 이런 걸 보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 독자가 먼저 와서 말해주었습니다. “삼촌, 나 그 동시 좋아요. 이제 외워요.” 그 짧은 문장이 제게는 가장 정확한 독후감이었습니다. 칭찬이 아니라 확인이었지요. 동시가, 정말로 도착했다는 확인.
오늘은 그 확인에 하나가 더 보태졌습니다. 감정을 부풀리기보다는 장면을 남기고 싶습니다. 동시가 가진 힘은 크기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방식이야말로 아이들의 언어이고, 동시의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을, 그 윤리를 더 조용히 지키라는 자리로 받겠습니다.
■약력
-제12회 아리랑신인문학상 시 당선
-2026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심사평-최명란/익숙한 일상의 경험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

최명란

본심에 올라온 응모작 74편의 일관된 우수성에 먼저 놀랐다. 응모작 대부분 완성도가 있었고 저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깊은 고심 끝에 ‘개미가 나를 구경한다’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는 동과 시의 조합이 적절하고 현실과 비현실 세계의 결합이 자유로웠다. 제목과 본문 또한 조화로워 효과가 배가 되었다. 신발 끈이 엉켜 살짝 화가 난 나의 무릎까지 개미가 올라와 나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일상은 엉킨 일의 연속이다. 만사 엉킨 일에도 리듬이 있다. 끈이 없는 신발을 신지 그랬냐고 말한다면 물론 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개미가 나를 구경’하는 그 리듬에다 단련된 내공을 더했으니 더할 나위 없겠다. 당선자의 다른 응모작 ‘우산 거꾸로’ 또한 당선작으로 밀어도 손색이 없다. 익숙한 일상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을 펼친 당선자의 참신한 필력이 돋보인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경계 없는 동시의 세계로 자유롭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약력
-2005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6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동시집 <보라>, <수박씨>, <바다가 海海 웃네> 등
-남명문학상, 편운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