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봉사·재능기부…그대들이 있어 살맛나는 세상

2026-01-02     주하연 기자

희망은 말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선택과 실천이 모여 비로소 빛을 낸다. 울산 곳곳에는 기부와 봉사, 재능기부로 조용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공간과 도시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건축가, 노래로 받은 사랑을 지역에 돌려주는 청년 가수, 예술로 위로를 전하는 작가까지. 2026년 새해를 맞아 울산에서 ‘희망의 빛’을 밝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건축 전문성 살린 재능기부·자원봉사
울산 138호 아너…총 1억원 기부 약정

◇공간으로 나눔을 설계하다

박태혁

박태혁(49) 건축사사무소 큐브 대표는 “건축과 나눔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고 말했다.

15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17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18년 개업해 병원·공장·관공서 설계와 감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나눔은 사업 이전부터 시작됐다. 박 대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하며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이어왔다.

그는 “유년기에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관심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 경험이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개업 이후에는 기부 활동도 본격화했다. 박 대표는 매년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사랑의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울산 138호 회원으로 가입해 총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는 동구청 건축민원 상담 봉사에 참여하는 한편, 최근에는 지역 노인센터의 용도변경을 무료로 지원하는 등 건축 전문성을 살린 재능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나눔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의 지지도 있었다. 박 대표는 아내 역시 도움의 가치를 깊이 공감하며 기부와 봉사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부부가 함께하는 나눔을 넘어 자녀들과 뜻을 나누는 기부로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박태혁 대표는 “훗날 부부 아너, 나아가 자녀들과 함께하는 부자(父子) 아너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없이 뜻깊을 것”이라며 “나눔은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가수되고파…
첫 방송 출연료 기부 등 나눔 이어가
◇노래로 받은 사랑, 고향에 돌려주다

미스터트롯

트로트 가수 박성온(15)군은 무대 위에서 받은 사랑을 나눔으로 되돌리고 있다.

중학생 시절 변성기를 겪으며 잠시 노래가 쉽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무대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

박군은 “이제는 성장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군이 트로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족과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던 시기, 노래방 애플리케이션으로 트로트를 불러 영상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노래를 시작했다. 이후 2020년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 부울경 결선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2022년에는 인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 TOP7에 오르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관심은 점차 성과보다 책임으로 옮겨갔다.

박군은 “고향 울산에서 주민들의 응원과 투표로 큰 힘을 얻었기에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며 “유명해지는 것보다, 노래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와 봉사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2021년 첫 방송 출연료를 기부하며 나눔을 시작했고, 이후 어린이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생일 팬미팅 수익 전액을 기부한 결정에 대해 그는 “나를 위한 선물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며 “팬들도 흔쾌히 동참해줘 감사했다”고 공을 돌렸다.

박성온군은 “아직은 더 노력해야 할 단계지만,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림으로 착한펫 기부캠페인 동참
작품활동·굿즈협업 등 예술나눔 실천
◇예술로 따뜻함을 전하다

김시원

김시원(49) 작가에게 예술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였다. 서양화와 예술학을 전공한 그는 감정과 사회를 연결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일상의 감정과 사회적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화면에 옮기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는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상징한다. 그는 “고양이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 정체성을 투사하는 존재”라며 “소비가 자기표현이 되는 시대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12월 사랑의열매 ‘착한펫 기부’ 캠페인에 동참했다. 실제 반려동물이 아닌, 자신의 작품 속 페르소나 ‘페르캣’의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한 사례로, 착한펫 기부 중 전국 최초다.

김 작가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으며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그 감정과 기억이 페르캣이라는 페르소나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울산 사랑의열매와 굿즈 협업을 진행하며 예술을 통한 나눔에 참여했다. 착한펫 기부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코로나19 당시 의료진 지원을 위한 기부를 비롯해 장애인 모금 참여, 작품 기부 등 예술을 매개로 한 사회 환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김시원 작가는 “예술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충분한 사회적 가치가 있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예술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을 더 고민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공공 프로젝트와 나눔을 통해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지점을 넓혀가고 싶다”고 전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