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도 이어 자연·문화가 살아 숨쉬는 국제문화도시로

2026-01-02     석현주 기자

2026년은 울산시가 ‘산업수도’에서 나아가 ‘AI수도’를 공식 선언한 뒤 처음 맞는 해다.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향한 기반 구축, 미래산업 재편까지 도시의 엔진이 한꺼번에 회전수를 올리며 힘껏 달려가고 있다.

공단 굴뚝과 항만 크레인이 상징이던 산업도시는 이제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정원도시’ 브랜드를 내세우고, 반구천 암각화 앞에는 ‘세계유산 도시’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다만 정원은 꽃과 나무를 넘어 시민의 동선과 휴식, 도시의 품격을 바꾸는 인프라이고, 유산은 관광자원이기 이전에 보존의 책무를 동반한다.

세계유산 보존의 숙제, 동시다발 대형 공사에 따른 교통 혼란, 도시 상징의 이전과 재배치 등 넘어야 할 고개도 분명하다. 본지는 새해 기획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할 곳과 브레이크가 필요한 위험요인을 함께 짚어본다.

◇정원도시 울산, 2026년부터 ‘기반 조성’

울산이 ‘정원도시’라는 이름을 도시의 간판으로 걸기 시작한 것은 태화강대공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시민 여가 인프라 확충과 수변공간 재편 같은 프로젝트들이 정원이라는 언어로 묶이면서 도시 청사진의 결도 달라졌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도시 브랜드로 끌어올린 울산은 곧바로 2028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울산시는 정원박람회를 단발성 행사가 아닌 도시재생·관광·정주여건을 묶는 ‘도시 프로젝트’로 설계해 유치에 성공했고, 이제 구상에서 실행으로 넘어가 기반 조성 공사를 본격화한다.

시는 삼산·여천매립장 토목·조경공사와 태화강 국가정원 정비는 올해 모두 마무리하고, 공간별 테마형 공원과 전시·체험 프로그램 준비도 2027년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최소 6개월의 준비기간을 갖고 시범 운영과 콘텐츠 검증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행사의 무대가 도시 생활권과 맞닿아 있는 만큼 박람회 준비 과정은 곧 도시 구조와 환경을 정원형으로 바꿔가는 공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 체감형 변화도 예고된다. 정원박람회와 연계한 파크골프장 조성은 시민 이용을 전제로 속도를 내고, 박람회 장소를 잇는 태화강 수상택시 도입 논의도 구체화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박람회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동선과 여가, 관광의 흐름을 바꾸는 ‘생활형 인프라’로 연결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세계유산 도시의 탄생, 그 이후가 더 중요

지난해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울산은 ‘산업도시’라는 오래된 이미지 위에 ‘세계유산 도시’라는 새 타이틀을 얹었다. 지역 역사·문화의 국제적 인정은 시민 자긍심을 끌어올렸고, 도시 가치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이제 과제는 등재 이후를 설계하는 일이다.

시는 올해부터 국비 지원을 받아 암각화 유산의 보존·관리·연구·전시·교육을 총괄하는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 건립’을 시작한다. 반구천 일대 역사문화탐방로 조성과 환경 정비, 주민해설사 운영 등 반구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역사마을 조성 사업도 추진해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도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보존’이 최우선인 유산이면서도 ‘해설과 경험’을 통해 도시의 문화자산으로 확장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구대에서 태화강을 거쳐 도심으로 이어지는 생태·정원·산업관광 루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질지, 사진 속 인증에 머물지 갈릴 수 있다. 세계유산과 태화강 국가정원, 도심 문화 인프라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낸다면 ‘울산형 관광 루트’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박람회와 도시철도 동시에 ‘공사 밀물’

2026년부터 국제정원박람회장 조성 공사와 울산도시철도 1호선 공사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대형 공사가 겹치면 교통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대응책을 촘촘히 설계한다면 파고를 낮출 수 있다.

울산시는 문수로 우회도로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을 요청해 둔 상태지만, 반영되더라도 개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사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시민이 체감할 혼란과 민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시철도 1호선 공사와 맞물려 공업탑 로터리 평면화 사업도 추진된다. 공업탑은 울산 산업화를 상징해온 도시의 표지였다. 평면화는 교통체계를 바꾸는 사업이지만, 공업탑 이전은 도시 상징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업탑을 어디로 어떻게 옮길지, 이전 이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 올해 안에 이전 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이전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세계유산 등재를 이뤘지만 반구천 암각화 보전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수문 설치 사업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맑은 물 방류로 응급 처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정부 차원의 보전 방안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순간부터 보전 방식의 불확실성은 ‘지역의 숙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가 됐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시는 산업에 이어 문화를 도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 중이며 ‘자연과 문화가 살아있는 국제문화도시’를 목표로 문화·관광·스포츠·생태 등 다방면으로 도시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AI수도이자 산업수도, 천혜의 자연과 세계유산을 가진 문화관광도시로서 교통·주거 등 정주 여건도 확실히 개선해 ‘울산에 산다’는 말이 시민의 자부심이 되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