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7장 / 정유재란과 이중첩자 요시라 (108)

2026-01-07     차형석 기자

천동이 군막 안으로 들어서자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던 세르페데스는 다소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천동이 자신의 군막을 방문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전에는 갑자기 사라지더니 오늘은 갑자기 나타났군.”

“신부인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소. 입으로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당신들이 이 전쟁을 막기는커녕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게 무슨 말인가? 누가 전쟁을 부추긴다고 그래. 그건 천동이 오해한 거야.”

“오해? 조선에 항복해 온 항왜들을 통해서 당신들이 히데요시에게 조선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조총을 비롯한 전쟁무기들을 제공했다는 거 이미 알고 왔다.”

“그자들이 거짓말을 한 거다.”

“기리시탄 신자라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충주에서 8만명의 조선인을 학살한 것은 무엇으로 변명할 것인가? 십자가만 내세우면 다 정의라고 생각하는가? 이 전쟁으로 숨졌고, 앞으로도 숨져갈 조선 백성들에게 사죄하라.”

“전쟁에서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이교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성전이기에 정당한 것이다.”

“궤변 늘어놓지 마라. 이 땅에서 당신들의 종교를 포교하고 싶거든 전쟁의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하지 말고 당신의 목숨을 내놓고 해라. 전쟁과는 무관한 불쌍한 백성들이 수도 없이 죽어 가는데 도대체 무엇이 성전이라는 것인가?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다.”

“천동! 그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으면 나하고 같이 지내면서 배우면 된다.”

“세르페데스! 당신이 진정 창조주를 믿는 선교사라면 전시가 아니라 평시에 순교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땅에 들어와서 포교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

“종교에는 소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부추겨 일으킨 이 전쟁으로 인해 백성들은 조총이나 칼에 죽고, 굶어 죽어서 가족이 해체되고, 남은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로 제정신이 아닌데, 이런 조선 백성들에게 무슨 소망이 있겠는가?”

“…”

“전쟁으로 수많은 조선 백성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끌고 간 아이들과 여자들을 이용한 노예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세바스티앙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것인가? 네 조국이 그런 야만적인 행위를 하는데도 예수회 신부인 당신들은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오히려 부추긴 죄 죽어 마땅하니, 내가 오늘 조선 백성의 이름으로 너의 목숨을 거둘 것이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