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6)예사롭지 않은 기운-학성제2공원(장무공원)

2026-01-08     차형석 기자

가까이 지내는 게 정답은 아니겠지
나무들 간격만큼 성장은 달라지지
뿌리가 뒤엉킨 세상 검은 혹들 돋아난다

적당한 거리 유지 나무들 평화롭다
볕뉘가 많을수록 풍경은 따듯하다
이곳이 친근한 이유 배려 정신 지녀서다


학성제2공원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울산MBC방송국과 인접한 장무공원이었다. 잘못 왔나 하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었지만 학성제2공원은 모르고 여기는 방송국공원이란다. 공원 이름은 달랐지만 무언가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학성산 벚꽃길이라는 안내도에 따라 벚꽃 산책로를 잠깐 걸었다. 벚꽃은 다 지고 건장한 벚나무들이 튼튼한 줄기 서너 개를 키운 채 위풍당당하게 주변을 호위하고 있었다. 벚꽃길이 끝나니 MBC방송국과 담 없이 접한 ‘학성산 야외공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무대와 일자로 놓인 나무계단들이 기존 지형을 이용하여 층층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떤 공연을 해도 어울릴 듯한 손색없는 무대와 객석이었다.

나는 무대에 서서 객석 쪽을 바라보았다. 경사가 조금 진 객석을 오르내릴 때 불편하지 않도록 새로 깐 듯한 야자 매트와 튼튼한 통나무계단이 낮은 높이로 놓여 있어 보기 좋았다. 객석 옆으로는 우람한 소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어 장엄한 운치가 더해졌다. 객석 뒤쪽 상단에는 ‘박윤웅과 계변성’에 관한 설화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눈여겨보았다.

공원을 오른 후 다시 내려간다는 느낌을 주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니 ‘장미터널 끝’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끝까지 내려갔다가 계변성(학성)으로 오르니 동백나무군락지였다. 학성공원에서 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이곳이 동백나무의 큰 군락지이고 저번에 갔던 학성공원이 동백나무의 작은 군락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미터널과 동백숲 쪽에서 공원 탐방을 마칠까 하다 장미터널로 갈라지는 곳에 ‘주상절리’라는 표지판이 있어 그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상절리를 만날 생각으로 급히 내려간 길에서 ‘학서마을 팽나무’를 먼저 만났다. 얼마나 나무의 인물이 좋고 웅장한지 어느 화가가 대형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팽나무를 느티나무처럼 정자나무로 심었다는 내용과 함께 수령이 1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글이 있었다.

팽나무 뒤쪽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주상절리가 보였다. 이것은 계속 연결된 것이 아니라 끊어졌다 다시 이어져 있었다. 이제 없겠지 하고 보면 다시 나타났다. 바다에서 본 주상절리와는 느낌이 달랐다. 좁은 틈을 경계로 다각형 막대 모양이 묶음을 이루었는데 육각형과 오각형 등의 돌기둥이 서로 뒤섞여 곧추 선 모습이었다. 도구를 이용해 강하게 내리치면 엿가락처럼 일정 크기의 덩어리나 판자 모양으로 떨어져 나갔기에 이곳 주상절리는 인근의 성을 쌓거나 온돌의 구들장으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돌은 강하고 나무는 돌에 비해서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것이 뒤집히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들이 주상절리를 장악하고 있어 마치 닭이 알을 품듯 나무가 돌을 품은 형국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소나무들의 강인한 생육을 보면서 이 공원의 터가 아주 셀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주상절리를 삼킨 나무들에게서 확실히 그것이 증명되고 있었다.

그 옛날 계변성이 신학성으로 다시 학성으로 명칭이 바뀌어 지금은 학성산으로 불리고 있다. 장무공원의 법적인 명칭도 도시계획상으로는 학성제2공원임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신비로운 기운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