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비만약 건보 추진에 울산 의료계 ‘신중론’

2026-01-09     주하연 기자
#울산 남구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탈모약 처방을 받기 위해 집 근처 한 병원을 찾았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탈모 진행 여부를 몇 마디로 확인한 뒤 곧바로 약 이름을 불렀다. 별다른 상담 없이 처방전이 출력됐고, 접수부터 수납까지 걸린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A씨는 “탈모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왔다”며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로 고민하던 20대 여성 B씨는 최근 유행하는 비만약을 처방받기 위해 북구의 한 의원을 찾았다. 스스로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비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보다 수월한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키와 몸무게 정도만 확인한 뒤 B씨의 요청에 따라 곧바로 비만 치료제를 처방했다. 진료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울산에서도 탈모약·비만약 ‘초단기 처방’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상담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몇 마디만 오갈 뿐이어서, 접수부터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몇 분이 되지 않는다. ‘5초 처방’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됐다.

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탈모약과 비만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가 나오면서 울산 의료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비만 치료제는 한 달 약값이 수십만원에 이르고, 탈모약 역시 장기 복용이 일반적이다.

보험 적용이 이뤄질 경우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과잉 처방과 오·남용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약은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장기·상시 복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전문가들은 ‘질병으로서의 치료’와 ‘미용 목적 사용’을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반 질환 여부, 치료 기간과 중단 기준 등 의학적·제도적 장치 없이 급여화를 서두를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효성 울산시약사회 회장은 “건강보험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미용 목적 치료까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탈모와 비만을 질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 없이 급여화를 서두를 경우 과잉 처방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학적 필요성과 처방 적정성을 먼저 세운 뒤 단계적·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