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권리 주장해야 세상 조금씩 바뀌죠”
2026-01-09 이다예 기자
울산 한 중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재학 시절 학교로부터 인권 침해 당한 사실을 알리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회장 출마시 교사 추천서를 제출하도록 한 교칙이 부당하다’고 판단(본보 2025년 8월20일 7면)한 만큼, 학교 책임자 공식 사과와 함께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북구 모 중학교 3학년 A(15)군은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25학년도 학생회장 출마를 위해 학생 60명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았음에도 교사 추천서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입후보 자체를 못했다”며 “후보 추천이 아니라 사실상 학교측의 ‘입후보 허가제’였다”고 주장했다.
A군이 학생회장에 출마하려 했던 이유는 ‘학생 대표’로서 학생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직접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학교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학교 규정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A군은 교칙에 따라 교사 추천서를 받지 못해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24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인권위는 “학생회장 출마시 교사 추천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부당하고 과도한 조치”라며, 해당 학교 교장에게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현 제도는 학생 자치에 자의적으로 지배·개입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므로 초·중등교육법에도 어긋나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인권위 권고 이후 약 반 년 뒤인 지난 7일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는 ‘인권 침해 책임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A군은 “학생이 권리를 주장할 때 세상은 바뀐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8일 졸업식에 맞춰 현수막과 함께 1인 시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여러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출마 요건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되면 구의원 선거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 권고 이후 학교는 입후보 시 추천서 제출 조항 삭제 및 개정 사항을 공고하는 등 학칙을 개정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오는 2월 학생자치 담당자 대상 교사 연수와 교사 추천서 삭제를 다시 안내하고, 하반기 학생자치활동 실태조사를 통한 최종 개정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학생의 자치권이 학교 운영의 핵심 가치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학교생활규정의 민주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