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정본청원(正本淸源), 시민의 삶으로

2026-01-12     경상일보

정본청원(正本淸源)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을 바로 세우고, 흐름의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새해는 다짐을 말하지만, 다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근본이 바로 서야 한다. 시민의 삶을 떠받치는 정책과 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는 곳, 간절곶에서 필자는 이 말을 다시 떠올렸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는 2026년 새해 첫날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각자의 소망과 목표를 마음속에 담았다. 필자 또한 그 자리에서 새해의 첫 빛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울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새해를 이곳에서 맞이해 왔기에 간절곶의 새해는 필자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다짐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시민의 하루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새해 소망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내년에도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세요.”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울림은 선명했다. 그 말속에는 더 벌고 싶다는 욕심보다,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곧 하루를 버틸 이유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필자는 다시 묻게 되었다. 정책은 과연 가장 불안한 사람의 시선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정책과 행정은 보이지 않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잘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 기본적인 태도에서 정책과 행정은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정본청원을 말한다. 정본청원은 눈앞의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뿌리부터 바로잡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다. 통계와 수치도 필요하지만, 시민의 삶은 통계표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불안을 말하는 한 사람의 하루까지 살피는 것이 정책과 행정이 져야 할 책임이다.

필자는 현재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으로서 의회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동시에 시민의 삶을 대변하는 한 명의 시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역할의 무게는 다르지만, 기준은 늘 같았다. 이민위천(以民爲天), 시민을 하늘처럼 여기며 모든 판단과 결정의 중심에 시민의 삶을 두는 일이다.

의회운영위원장으로서 필자가 가장 먼저 붙들고자 한 것은 의회의 기본이다. 의회는 갈등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공론을 성숙하게 만드는 책임 있는 장이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조화를 이루며 해법을 찾아가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야말로 성숙한 지방의회의 모습이라 믿는다.

필자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마음으로 시민을 만나 왔다. 민원 현장에서 만난 시민의 말들은 통계표로는 다 담기지 않는 삶의 무게였다. 작은 민원사항 하나에도 시민의 일상과 절박함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 왔으며, 회의실에서의 논의가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의 목소리를 제도와 예산의 언어로 연결하는 역할이 시의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해 왔다.

올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시민의 선택이 가장 엄중하게 표현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지방의회는 더욱 겸손해야 하며, 스스로를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남은 기간 동안 맡은 역할을 끝까지 책임 있게 수행하며, 의회운영위원장으로서도 한 명의 시의원으로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거의 시작과 마무리 앞에서 필자가 붙들어야 할 기준은 하나이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내 편이 아니라 시민의 삶으로 정책이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새해에도 회의실보다 현장을 먼저 찾고, 보고서보다 시민의 말을 먼저 기록하겠다. 목소리가 작고 요구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뒤로 밀려나는 삶 앞에서 제도와 지원은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 시민 위에 존재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삶 한가운데에서 함께 흔들리고 함께 책임지는 행정을 지켜내겠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올곧은 길을 향해 굳건히 나아가겠다.

공진혁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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