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도시 울산, AI 수도 넘어 ‘피지컬 AI’ 혁신 허브로

2026-01-12     경상일보

알고리즘 속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 가전의 몸을 입고 현실로 진입하며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 9일 폐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는 AI가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직접 확장되는 ‘피지컬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생산성과 품질,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인 울산 또한 이 거대한 변화의 시험대에 올랐다.

CES 2026의 주인공은 단연 ‘피지컬 AI’였다. 세계 ‘최고 로봇’상을 수상한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6개 관절을 활용한 360도 자유 가동과 50kg 중량물을 다루는 압도적인 완성도를 선보이며 로봇 공학의 정점을 보여줬다. 엔비디아 역시 인간처럼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추론해 복잡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자율주행 AI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이는 AI가 가상 세계를 넘어 물리적 공간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거대 장치 산업의 지능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하드웨어 중심의 중후장대 산업이 집적된 울산은 피지컬 AI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실증 거점으로 평가된다.

HD현대 울산 조선소는 AI 비전 기술을 탑재한 로봇을 투입해 고난도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으며, 2030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 전기차공장 또한 하드웨어의 제약을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는 ‘SDF(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곳에서 AI는 전 과정을 실시간 제어하며 제조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피지컬 AI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피지컬 AI를 뒷받침할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관련 기업 등 생태계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 협의와 직무 전환 문제 등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성패는 로봇이라는 ‘몸’이 아니라, 그 몸을 움직일 ‘데이터’라는 경험치에 달려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울산의 제조 현장 데이터를 정교한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자산화하는 것이야말로 울산만이 가진 압도적 경쟁력이다. 울산도 CES에서 선보인 최첨단 로봇 기술을 신산업 정책의 핵심 기제로 수용해 ‘피지컬 AI 허브’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