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군서 무상수리·공구대여…생업 종사자들 한숨 깊어져
2026-01-12 김은정 기자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4년부터 울산 55개 읍·면·동에서 진행 중인 ‘OK생활민원 현장서비스의 날’ 사업은 칼갈이, 분갈이, 자전거 소수리 등 일상 속 불편사항을 지자체가 직접 찾아가 해결해 주는 생활 밀착형 행정 서비스다. 시행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호응이 이어졌고 서비스 이용 건수도 빠르게 늘었다.
2024년과 2025년 모두 연간 6만7000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이용 건수도 지난 2025년의 경우 전년 대비 약 1000건가량 늘었다.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5개 구·군 모두 관련 조례를 신설하거나 개정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각 구·군의 여건에 따라 무상 서비스 대상과 시행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이와 함께 일부 구·군에서는 무료 공구 대여 사업이나 소규모 수리 지원 사업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이 역시 주민 입장에서는 큰 비용 부담 없이 간단한 생활 수리를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반면 서비스가 늘수록 지역에서 같은 일을 생업으로 삼은 종사자들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칼갈이와 공구 판매 등을 주업으로 하는 소상공인들은 체감되는 변화가 크다고 토로했다.
북구에서 칼갈이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 단골 중에서 지자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전문 기술이 있어 버티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수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장 칼갈이 업자 B씨도 “지자체로부터 서비스 참여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특정 업체에만 기회가 돌아가면 다른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구 대여와 소수리 지원 확대에 따라 철물점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동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경기 침체와 주택 감소로 이미 어려운 상황인데 무료 대여까지 늘면서 소액 공구 구매를 계기로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욱 줄어든 느낌”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정이 주민 불편 해소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과의 공존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 서비스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업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역할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지역 업종과의 연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서비스 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지역상권협의회 등과 협의를 거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지역 업체로 고객이 유입될 수 있도록 영업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