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창조적 파괴’ 이끌 AI 대학이 출범한다

2026-01-13     경상일보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영화가 종종 등장한다.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 ‘현재’라고 느끼는 시점이 달라진다는 스토리는 흥미를 더해준다. 어쩌면 기대와 현실의 갭이 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변수의 유무를 떠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우리 사회는 ‘상호작용’과 ‘변화’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동남권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국가 미션을 갖고 출발한 UNIST 또한 상호작용과 변화 속에 진화하고 있다. UNIST가 성장 과정에서 KAIST 등 다른 과기원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꼽는다면, 지역사회가 상호작용과 변화의 한가운데에 섰다는 점이다. 우수 교수 유치 등 UNIST 발전을 위한 울산시와 울주군의 출연금 지원이 그것이다. UNIST가 단기간에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올라서는데 큰 힘이 됐다.

인공지능(AI) 시대 울산은 ‘산업 수도에서 AI 수도로’의 비전을 선언했다. 이 비전은 기존 산업의 ‘창조적 파괴’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창조적 파괴의 두가지 키워드는 ‘창조’와 ‘파괴’다. 파괴는 고통을 요구하고, 창조는 투자를 요구한다. 교육도 연구도 산학협력도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인재로 모조리 갈아야 할 판이다. 울산은 그럴 각오와 준비가 돼 있는가.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AI와 AX(산업의 AI 전환)를 동시에 이끌 AI 대학 설립 추진이 그것이다. AI 대학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공약이다. 교육혁신과 지역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전국 10개 AI 대학원을 선정해 고급인재 양성과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대선공약에 따라 4대 과기원에 AI 대학을 출범시키면 학생 정원과 교수 요원의 대폭 증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고급인재 양성 및 연구를 위한 AI 대학원, 산업체 재직자를 AI 인재로 전환하는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및 대학원에 이어 AI 대학까지 갖추면 UNIST는 ‘전주기 AI 인재 양성 플랫폼’이 된다. AI 대학 입학생은 AI와 도메인의 복수 전공자이자 파이오니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트리플 핵심역량(triple core competency)’ 인재로 졸업하게 될 것이다.

UNIST AI 대학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산업 AI에 관한 한 ‘글로벌 최강’이 되겠다는 목표다. 조선 등 제조 AI, 국방 AI 등 기존 산업의 AI 전환과, 의과학과 바이오 AI, 우주 AI, 해양 AI 등 신산업의 개척으로 울산은 물론 동남권의 산업 판갈이를 선도할 것이다.

AI 대학의 수요자가 될 기업도 전례없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HD현대와 UNIST는 조선 AI를 위한 전면적 협력을 선언했다. 포스코와 UNIST는 AI와 탄소중립에너지 분야 공동연구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수원과 UNIST는 원전 AI 공동연구센터를 출범시킨다. 카카오와 UNIST는 AI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다. 장담하건대 AI 시대 한국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은 울산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UNIST는 2026년의 화두로 ‘파괴의 시간’을 선언했다. 교육도 연구도 산학협력도 기존 틀을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하겠다는 각오다. UNIST는 글로벌 산업 AI 인재 허브로 우뚝서고 싶다. 그러려면 창조적 인재가 몰려와 UNIST AI 대학에서 둥지를 틀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UNIST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상호작용과 변화의 관점에서 지역사회가 또 한번 그 중심에 설 필요가 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4대 과기원 가운데 UNIST만을 특별히 우대할 입장에 있지 않다. 울산은 다른 과기원이 소재하고 있는 광주·전남(GIST), 대구·경북(DGIST), 대전·충남(KAIST)에 비해 그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히 약하다.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새로운 상호작용과 변화의 기대감을 표출할 좋은 기회의 장이다. 다가오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AI 대학이 울산 비전의 담론이 되길 소망하는 이유다.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