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와 학생인권 사이’ 울산 교육현장을 가다]인권위까지 간 학생대표 출마 자격

2026-01-14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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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학교 현장은 오늘도 교육의 기본 가치인 ‘교권보호’와 ‘학생인권’을 동시에 지켜내고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역의 한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 출마 과정에서 교사추천서 제출을 요구하는 학칙을 둘러싼 논란(본보 2025년 8월20일자·2026년 1월9일자) 이후, 지역 학교 대부분이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일부 학교에서는 이 과정에서 교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교권보호와 학생인권 사이에서 이어지는 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교사추천서 요구 158개교

1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전체 초·중·고 248곳 가운데 ‘학생회장 선거 출마 시 교사추천서 요구’ 학칙이 있는 학교는 158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152곳(96%)은 해당 학칙을 삭제하거나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추천서가 학교 생활 규정의 민주성과 학생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머지 6곳은 학칙 개정을 검토하지 않는다. 이들 학교는 학생 대표 자리에 부적절한 후보가 뽑히는 것을 방지하고,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등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학칙에 교사추천서 내용이 없던 학교는 90곳으로 집계됐다.

울산에서 교사추천서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이후다. 인권위는 전교 학생회장 선거 출마 시 교사 추천서 미제출을 이유로 입후보가 불허된 지역 중학생의 진정 내용을 검토한 결과, ‘과도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하며 학교측에 재발 방지 조치를 권고했다. 당시 학교측은 “학칙 개정 이후 행실이 바르지 않은 자가 후보자로 등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사가 학생 자치에 관해 자의적으로 지배·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초·중등교육법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시교육청 학생자치권 침해 점검

시교육청은 인권위 권고 이후 지역 학교의 학생자치권 침해 요소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학생자치회 입후보 관련 학칙 개정 권고 공문을 발송하고, 관련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다만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 법적 근거를 중심으로 학칙 개정 취지를 일선 학교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칙 개정 과정에서 학생인권과 교권보호를 두고 학교와 시교육청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기존 학칙이 바뀔 경우 일선 학생 생활지도와 질서 유지에 혼선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다. 인권위 판단이 권고 수준인 만큼 시교육청 역시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오는 2월 학생자치 담당 교사 연수를 통해 교사추천서 삭제 내용을 다시 안내할 계획이다. 이어 6월에는 학교별 ‘학교 생활 규정’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하반기에는 최종 개정 여부를 확인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권위 사안을 계기로 관내 학교에서 공약 중심의 건강한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 자치권이 학교 운영의 핵심 가치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