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7)예술, 육지꽃버들-예술공원

2026-01-15     차형석 기자

소리로 표현하면 귓속을 통하지만
그려서 나타내면 눈으로 들어온다
말 없는 터줏대감들 순간순간 반짝인다

입으로 말 안 해도 스스로 느끼는 건
학습을 통해서만 되는 게 아닌 거다
교감 문 저절로 열려 마음 문도 그렇게

양쪽에 단장하고 산책길을 밝히는
나무들 생각하고 천천히 걷다 보면
들린다 어서 오라는 나무들의 환영사


내비게이션에 종가로 405를 입력했더니 ‘중구문화의전당’ 쪽으로 안내를 한다. 여긴 분명 내가 찾는 예술공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산책을 나온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여기가 예술공원인가요?”

“네, 예술공원이 맞을 거예요. 여기서 공연도 자주 하고 사람들도 많이 오니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공원의 안내도가 없었기에 그 사람의 답변은 고마웠지만 수긍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왕 왔으니 좀 둘러보기로 했다.

건물 정면에는 다리가 긴 세 마리의 말 조각상이 햇살을 받으며 서 있다. 얼마나 길던지 고개를 들어 한참이나 올려다보았다. 건물 가까운 쪽에도 볼거리가 많았는데 특히 ‘선사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까만 돌에 얼굴을 조각하여 두상만 눕혀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안목이 없어서인지 확실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리저리 살피며 주차장에서 위쪽 도로를 오르니 내가 찾던 공원이 나왔다. 중구문화의전당에서 훌륭한 조각품에 매료되어서인지 여기 공원이 시시하게 보였다. 예술을 어디에서 찾아보나 하는 마음으로 공원안내도를 훑었다. 야외 스탠드·잔디마당·초화원·잔디언덕·바람동산·돌담산책로·쉼터·건천, 이런 범례들만 보인다. 내가 찾던 예술의 ‘예’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둘러보면 공원의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린공원 10호인 이곳 예술공원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인접해 있다. 이 연구원은 공원을 앞에 두고 있어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이 타 공원과 다른 점은 나무를 식재한 중간중간에 야외 스탠드가 놓여 있다는 거다. 노천에 설치된 관람석은 특이하지만 그 역할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주변의 풀들로 인해 그 형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산사나무와 좀작살나무를 만나고 쉼터쯤에 다다르니, 갑자기 솔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것을 손아귀에 쥐고 아래로 내려갔다.

붉은 잎을 틔우던 홍가시나무가 양쪽에 일렬로 서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처음 보는 ‘먼나무’들도 노랗고 푸르고 붉은 잎을 단 채 환영을 하는 것 같다. 주변에 여러 그루가 사이좋게 서 있다. 정돈된 조경수들은 기분을 좋게 한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지만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는 기분을 가지게 하기에 그런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뭔가 허전했다. 예술공원에서 예술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공원 입구에서 가까운 건천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육지꽃버들’이라는 식물이 있었다. 무성한 잎들이 나무 몸통을 숨긴 채 공중부양을 한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줄기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곳의 예술은 바로 이것이라는 결정을 순식간에 내려 버렸다. 찾으려고 했던 예술을 이제야 찾은 것 같아 후련했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