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7장 / 정유재란과 이중첩자 요시라 (114)
본인인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조선의 백성들이 어찌 그것을 이해하겠느냐. 일본이 나를 첩자로 이용했는데, 조선도 나를 이용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나는 그 일에 대해서 조선에 진 빚이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에 왕과 대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의 백성들은 요시라라는 첩자를 증오합니다.”
“상관없다.”
“조선을 재침한 왜군이 지나는 마을마다 하인으로 쓸 만하거나 노예로 팔아먹을 사람들은 잡아가고 나머지는 죄다 죽인 거는 알고 있을 겁니다. 집이란 집은 전부 불태우고 죽은 사람의 귀나 코를 잘라가는 악귀 같은 행위를 왜군들이 저질렀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는 것입니까?”
“네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의 어떤 전쟁도 아름다운 것은 없다. 전쟁은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담보한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터에서 병사들은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어떠한 전쟁도 승리를 목표로 하며 지려고 하는 전쟁은 없다. 그래서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짐승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쟁은 기획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쟁을 이중적인 잣대로 본다. 자신이 속한 나라의 군대가 전쟁을 일으켜서 승리를 하고 영토를 넓히면 그건 영웅적인 일이고, 다른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침략해서 전쟁을 하면 그 전쟁을 지휘하는 사람을 전쟁광 내지는 호전적인 인물로 표현한다. 그리고 또 어떤 전쟁은 포교를 위한 성전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나는 무사다. 무사들의 싸움은 승리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명분이 중요하다. 그래서 무사는 명예로운 승리와 명예로운 죽음을 원한다. 그런데 나는 주군의 명령으로 반간계를 사용했고, 그 결과 훌륭한 조선의 장수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백의종군하게 됐다. 나는 무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수치스러운 일을 했다. 주군의 명령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이중첩자 노릇을 해 왔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고, 이제 나는 그동안 내가 모셨던 주군을 떠난다.”
“떠나려는 명분치고는 약한 거 같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이순신을 잡기 위해 그 일을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마치 내가 당한 느낌이 들어. 나의 주군과 조선을 움직이는 누군가의 사전 밀약이 없고서야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는 없거든. 한 나라의 최고 장수를 죽이려는 일인데도 잡음이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가 되었어. 그게 도무지 이해가 안 돼.”
“그만큼 형님이 완벽하게 일을 수행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가?”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