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된 교내선거 가이드라인 시급
학생인권과 교권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과연 요원한 일일까.
울산지역 일선에서 학생회장 선거 출마 시 교사추천서 규정을 삭제하려는 움직임(본보 2025년 8월20일자, 2026년 1월9·14일자)이 일자, 일부 현장에서는 교권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인권 보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 휴대전화 수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권보호와 학생인권 상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도 정착까지 상당한 시간
1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교 학생회장 입후보 과정에서 학생자치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입후보 학생의 선거 연설문을 교사가 확인하거나 공약 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등 ‘학교’와 ‘어른’이 학생자치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특히 학생회 입후보 자격 요건으로 교사추천서를 필수 요건으로 명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이미 일부 시·도에서는 교사추천서를 요구하는 학칙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자치 운영을 위한 길라잡이 자료를 통해 학생(자치)회 임원 선거 시 ‘후보 등록 요건으로 교사추천서를 요구하는 등 학생자치의 취지에 어긋나는 규정이 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관련 학칙을 개정하거나 삭제할 경우 학교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추천서는 학생 대표 자격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명분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학생회장 선거가 과열되거나 갈등이 발생할 시 이를 중재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결국 교사라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학생 휴대전화 수거와 관련된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
인근 지역의 사례는 교권보호와 학생인권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남교육청의 학생생활제규정표준안을 보면, 학생회 입후보 자격 요건으로 담임교사나 학생생활지도 담당교사 등의 추천을 받도록 한 규정은 학생 자치참여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추천서 요구 학칙을 유지하는 학교 비율이 약 10% 수준까지 떨어지기까지 10년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교권보호·학생인권 상시 지원 체계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교육청이 교권보호와 학생인권이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내 선거 가이드라인 표준화와 교육당국 차원의 상시 컨설팅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채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구조가 교권 약화의 근본적 원인이자 학생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교권보호와 학생인권은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학생자치 확대 과정에서도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과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학생회 선거 운영 기준과 분쟁 조정 절차 등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학교 내부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보호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