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7)동짓달 밤 길단 말이-작자 미상
님과 함께라면 동짓날 밤도 짧디짧다
동짓달 밤 길단 말이, 나는 이른 거짓말이
님 오신 날이면 하늘조차 무이 여겨
자는 닭 일깨워 울려 님 가시게 하는고 <청구영언 진본>
아직은 음력 동짓달이다. 이런 밤은 깊고도 검다.
말의 해에 오추마(烏騶馬) 이야기를 떠올리며 패왕별희를 본다. 천리를 달리는 오추마는 검은 털에 흰털이 섞인 말이다.
초 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미인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중국 경극 패왕과 우희(虞姬)와의 이별 장면은 언제 봐도 사랑 그 자체가 숭고하지 않던가.
항우의 오추마(烏騶馬)는 관우의 적토마와 함께 말 중의 말이다. 오추마가 마을을 난폭하게 휘젓던 말이었다. 항우(項羽)가 제압해 길들여서 애마로 삼았던 말이다.
진시황이 멸망하고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세상을 호령하던 난세의 영웅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운명을 건 전쟁을 할 당시였다.
한 고조 유방은 한신, 장자방 등 엄청난 장군과 책사들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을 때 계속해서 밀리던 항우(項羽)는 결국 마지막 남은 해하(垓下)에 포위돼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였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마저 가지 않는구나. 추(騶)마저 가지 않으니 난들 어찌하리. 우(虞)여! 우(虞)여! 너를 어찌하리.
항우는 최후를 직감하고 해하(垓下)에서, 총애하던 여인 우희(虞姬)와 함께 타고 다닌 오추마도 패배를 직감하고 뒷걸음을 쳤던 것이다. 항우는 오추마를 살리려 뗏목에 태워 보냈으나 주인 항우의 죽음을 예감한 말은 물에 뛰어들고 말았다. 항우의 오추마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뜨거운 ‘충(忠)’과 ‘신의(信義)’를 상징하는 말로 기억한다.
사실 사랑이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것이던가요. 어찌 사랑이 달콤하고, 사랑이 어떻게 행복하기만 한가요. 진정한 사랑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한 긴 긴 동짓달 밤과도 같은 것이지요.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