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2026년 붉은 말띠의 해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로운 해를 맞이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를 고심하던 중에 2025년(“한국 오면 꼭 먹는 음식” 불고기 아니었다…외국인들의 ‘한국인 놀이’ 중앙일보. 2025.12.25.)과 2026년(“서울·부산 제치고 선택받았다.” 2천만 외국인 관광객 꽂힌 ‘반전’ 지역은? 세계일보. 2026.1.4.) 신문 기사 2개를 보며 이 내용을 울산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명을 넘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이 서울과 부산 및 제주가 아니라 지방으로 확산하는 ‘질적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볼거리’에서 ‘경험 가치’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외국인 관광의 변화가 시작되는 단계라는 것이다. ‘단양 투어, 경주 시내 투어·테마파크, 대구 전망대·놀이시설, 충남 자연 체험 코스’ 등이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았다. 단순 명소 ‘스폿 방문’에서 벗어나 짧은 일정 안에서도 지역의 특색을 경험할 수 있는 당일 체험형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은 쇼핑만 하지 않고,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처럼 논다. 서울의 명동, 익선동, 성수동 및 홍대 거리 등에서는 약과와 한과 등 전통 떡뿐만 아니라 감자탕 가게 앞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K놀이’에도 푹 빠져서, 방 탈출 카페, PC방 등 한국의 여가 체험 공간을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 열풍인 롤·오버워치 같은 PC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의 경기도 시청하고 기념품도 사 간다고 한다.
개별여행객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단체관광객의 취향도 이색 여행지를 선호하고 있다. 대만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치어리더 ‘이다혜와 함께’ 프로야구를 직관하는 여행 상품을 운영한 여행사도 있고, APEC 동안 새로운 경남 여행 상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은 여행사도 있다. 진주의 남강 유등축제에서 유등을 띄우며 소원을 빌었고, 논개 시장에서 육전과 냉면을 먹고, 하동에서 스카이워크를 걷는 패키지 상품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울산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출발점으로 하는 상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암각화에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고래 그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는 고래박물관·고래생태체험관 및 고래잡이를 위해 조성되었던 포경 마을인 고래문화마을, 바다에서 고래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해양관광 자원이다. 선사시대부터 포경선을 제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 선조들의 기술을 이어받은 ‘HD현대중공업’ ‘개운포 선소’ 유적은 배가 만들어지고 수리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산업관광 자원이면서 역사관광 자원이다.
개운포 선소가 경상좌수영이었고, 지금의 ‘병영’에 경상좌병영도 위치할 정도로 군사 요충지였던 울산은 동해안에 침입하는 왜구들의 상황을 한양 도성에 알리기 위한 봉수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형이 복원된 ‘주전 봉수’ 등은 임해 봉수와 내륙 봉수의 출발점이었다. 주전 봉수에 인접한 ‘남목마성’은 포항의 장기목장성을 수하로 둘 정도로 양질의 말을 길렀던 목장성이었는데, 현대자동차에서 최초로 만든 국산 차인 ‘포니’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이후 산업화가 환경 보전보다는 우선이었던 한 때,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급수까지 떨어져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었던 태화강을 민·관·산이 합심해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3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아울러 2019년에는 태화강지방정원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승격되었고,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정원 관광도시로도 자리매김할 기회를 마련하였다. 또한 2025년 말부터 태화루 스카이워크를 운영함으로써 태화강국가정원과 태화루를 방문하면, 태화루에서 태화강 전경을 감상하는 것만 아니라 아찔한 체험도 가능하고, 태화시장·울산큰애기 야시장 등에서 먹거리 투어도 연계된다.
언급되지 않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이 전술한 다른 지역과 같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글로컬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기호에 맞는 스토리가 있는 체험상품이 필요하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