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묵시적 갱신후 법정요건 충족땐 차임증액청구 가능

2026-01-19     서정혜 기자
임대인 A씨는 상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별도의 통보 없이 기간을 넘겼다. 이른바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A씨는 시세 상승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임대료 5%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차인은 거절했다. 묵시적 갱신은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재계약된 것이며, 법적으로 계약 후 1년 이내에는 증액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갱신 직후 1년은 임대료가 ‘동결’되는 구간일까, 아니면 여전히 ‘청구’가 가능한 구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차임증액청구 자체가 봉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러 판결과 법리 구조를 종합하면, 묵시 갱신 후에도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한 차임증액청구는 가능하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주택임대차법 제6조 제1항,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4항은, 일정 기간 내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가 없는 경우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주택임대차법 제7조, 상가임대차법 제11조의 차임증액청구권은 임대차가 존속 중일 때 조세·공과금·경제 사정의 변동 등으로 기존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장래를 향해 조정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증액 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쟁점은 ‘묵시적 갱신’을 증액 제한의 기준인 ‘임대차계약’으로 볼 것인가에 있다. 만약 묵시적 갱신을 계약으로 본다면, 임대인은 이후 1년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 반면, 단순히 기간만 연장된 것으로 본다면 1년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증액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묵시적 갱신 후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증액 청구 자체는 차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증액이 정당화되려면 조세·공과금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광주고법은 묵시적 갱신 후 증액 요청은 주택임대차법 제7조의 적용을 받는 증액에 해당하고, 조세 공과금 기타 부담 증가 여부를 판단해 5% 증액은 적정하다고 봤다.

창원지법은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대차 조건은 직전 계약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임대인은 적어도 갱신된 기간(상가 1년)은 증액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갱신 요구권에 의한 갱신의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되, 차임 보증금은 5%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묵시적 갱신도 갱신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제도이므로 이와 동일하게 증감 청구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묵시적 갱신은 임대차 관계를 안정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장치일 뿐, 차임증액청구권까지 소멸시키는 규정은 아닐 것이다. 법원도 묵시 갱신 후의 차임 조정을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증액 사유의 존재 여부와 증액 범위의 상당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도,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차임증액청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조세·공과금 변동, 물가 상승, 인근 임대료 수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증액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성창우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