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바다 지켜온 어촌계 사람이 없다]어촌계 늙어가는데 청년층 진입도 쉽지않아
울산의 바다는 여전히 풍요롭고 활기차다. 그러나 그 활기를 떠받쳐 온 어촌계의 속사정은 다르다. 수십 년간 바다를 지켜온 어촌계원들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으며, 빈자리를 채울 청년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어촌계는 단순한 이익 공동체가 아니라 연안을 관리하고 질서를 유지해온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본보는 두 차례 기획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게 무너지고 있는 울산 어촌계의 현실을 짚고, 어촌계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빠르게 늙고 있는 어촌계
지난 16일 동구 방어진 공동어시장. 매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가자미가 손질돼 널려 있다. 그 주변으로 손님들이 둘러서서 물건을 고르고 있고 상인들은 “오늘 물건 좋다”며 분주하게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인근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가자미와 활기찬 어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울산 바다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거래 물량을 떠받치고 있는 어촌계의 사정은 다르다. 그간 바다를 관리해온 사람들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고 그 빈자리를 메울 인력은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울산에는 현재 모두 29개의 어촌계가 등록돼 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동구 383명, 북구 400명, 울주군 1016명의 어촌계원이 활동 중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어촌계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어촌계 고령화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촌계는 단순한 생계 조직을 넘어 지역 어촌마을 보존과 연안 관리의 한 축으로 기능했다. 법적 권한은 크지 않지만 공동어장을 관리하고 불법 어획이나 무분별한 이용을 감시하는 일에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아왔다.
문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촌계가 약화되거나 사라질 경우, 관리 주체가 없는 연안에서 무분별한 어획이나 레저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급격한 어족자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기준 지역 수협 조합원 가운데 7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어촌계 역시 비슷한 연령 분포를 보이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도심을 끼고 있는 울산의 어촌계는 자녀에게 어업 허가를 상속하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승계를 원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업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요 어종이던 가자미 어장은 점차 북상해 강릉 인근까지 올라갔고 대신 열대성 어종이 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유통·소비할 구조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청년층 진입문턱 높아
이 같은 변화는 청년층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어업 허가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초기 투자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울산은 도시지역이라는 특성상 어업인 등록 요건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이어서 귀어를 고민하는 청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도적 구조 역시 한계로 꼽힌다. 어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인력은 정해져 있지만 전업 부담이 커 배만 보유한 채 실제 조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어촌계원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기 어렵고 인력은 있지만 현장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향후 10년 이후 어촌계가 지금보다 크게 축소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수협 관계자는 “울산 어촌계는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당장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기후 변화로 어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소득이 줄고 있어 명맥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