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고도 기술사회에서 살아남기

2026-01-21     경상일보

최근 언론을 통해 운동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러닝의 인기가 돋보이는데, 이를 즐기는 사람이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도 그 열기는 식지 않고 있으며, 운동화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많은 생활의 편의를 제공받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시대에도 겪었지만, 최근의 로봇 기술과 AI 기술의 발전 등은 많은 네거티브 효과를 낳고 있다. 기술 발달로 ‘몸과 머리를 쓰지 않는 것’이 문제 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도 운전대를 잡게 되었고, AI의 등장으로 우리는 머리 싸매는 것을 포기하고 ‘늘 곁에 있으며 경험 많고 머리 좋은 저비용의 사이버 조력자’를 수시로 부르게 되었다.

변리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고객에게 발명을 권하고 장려하게 된다. 발명이라는 것은 주로 종래 불편했던 것들에서 문제점을 찾아 보다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것도 있지만, 대개 발명의 결과는 사용자인 인간을 덜 수고롭게 하는 것들이다. 나아가 인간을 더욱 게으르게 하는 물건이 발명품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멀리 있는 뚜껑 달린 휴지통에 휴지를 버리는 것이 불편하여 휴지를 던지면 자동으로 휴지의 탄착점으로 이동하면서 뚜껑이 열려 휴지를 담고 이후 뚜껑이 닫힌 후 제자리로 복귀하는 휴지통을 발명한다면 게으른 베짱이들에게는 기가 막힌 발명품이 될 것이다. 대체로 발명은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등 이익이 많지만 이러한 극적인 예를 접하면 때로는 과연 인간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전 기술인 ‘계단’과 보다 발달된 기술인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계단오르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엘리베이터의 등장으로 고층으로 오르는 데 있어 우리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몸을 거의 쓰지 않게 되었고, 백화점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니 한 층 오를 때마다 갈아타기 위한 대여섯 걸음이면 충분하게 되었다.

한편 이런 편리함은 건강에 해가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자동차에 의해 약해진 몸을 달리기로 극복하듯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의해 약해진 몸을 ‘계단오르기’로 극복하는 움직임이 예전부터 있었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이는 산악스키 종목은 산 정상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라 하는데 계단오르기가 정식 스포츠의 일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계단오르기를 운동으로서 실제 실행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운동화를 신어야 하고 디딤에 주의를 해야 하며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하는 등 주의할 점이 많은데, 자세나 방법에 관련해서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자료를 찾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 더 주의해야 하고, 올라갈 때만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체중 70㎏인 성인이 30분간 계단을 오르면 약 300㎉를 소모한다고 한다. 필자는 오래전 계단마다 ㎉ 표시를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병원이나 공공기관 곳곳에서 이 표시를 볼 수 있다. 계단오르기의 열량 소모 효과는 걷기나 자전거타기에 비해 월등하며, 러닝이나 수영과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다. 근력과 골밀도 강화, 체중 감량, 치매 예방, 심혈관 건강의 증진 등 두루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이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한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있지만,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많은 국민들이 계단오르기 운동 시설을 주거시설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 된다. 계단오르기의 장려단계를 넘어 아파트가 많은 대한민국 특유의 콘텐츠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이른바 ‘K-계단오르기’. 비난받던 ‘빨리빨리’ 문화가 초고속인터넷과 IT산업을 키워내었듯이 이른바 ‘아파트 공화국’의 반전이다.

기술이 발달한 베짱이 사회에서 개미만이 건강하게 몸을 유지하고 활동하는 슈퍼에이징을 달성할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오늘부터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나의 큰 체육관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