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제조업 몰락이 일극화 초래…해법은 생산성 회복

2026-01-21     경상일보

‘망국병’으로 불리는 수도권 쏠림의 근원이 지역 간 산업 경쟁력, 즉 ‘생산성 격차’에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2000년대 들어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생산성 하락을 막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수도권 집중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울산·거제·구미 등 전통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 하락이 수도권 일극화를 떠받친 결정적 원인으로 꼽혔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막지 못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2.7%p에 불과했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성 격차는 2019년 11.1%p로 벌어졌다. 생산성은 양질의 일자리와 임금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4%에서 49.8%로 확대됐다. 인구가 자연환경의 쾌적함보다 ‘더 높은 소득과 기회’라는 경제적 유인을 따라 움직였음을 방증한다.

지방 산업도시의 쇠퇴와 수도권 집중 심화는 동시기에 진행됐다. 2010~2019년 거제, 구미 등 전통 제조업 기반 도시들은 생산성이 크게 감소했다. 울산은 이들 도시보다 5년 앞서 10% 가까운 생산성 급락을 경험했고, 이후에도 생산성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업의 장기 불황,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철강 산업의 침체 등 주력 산업이 동시에 위기에 빠진 결과였다. 반면 수도권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지방의 인구를 흡수했다.

주목할 점은 ‘만약’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다. 지방 산업도시들이 생산성을 2010년 수준으로만 방어했어도 수도권 인구 비중은 현재보다 낮았을 것이며, 약 200만 명이 지방으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비수도권의 생산성 개선 없이는 어떠한 지역 전략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정부는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혁신과 경제 성장을 견인할 거점 도시에 산업·R&D·인프라를 집중해 국가 발전의 거점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다. KDI는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거점 도시에 지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울산은 지금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 산업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제조 공정을 서둘러 도입하고, 수소·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탈울산 행렬의 고리를 끊고,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