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숙련·융합형 인재 양성 ‘글로벌 AI수도’ 성공 열쇠

2026-01-21     석현주 기자

울산의 산업 시계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대표되던 전통 산업도시는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 수소를 축으로 한 미래산업을 끌어안으며 산업 지형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연관산업, 제조AI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수소그린모빌리티, 친환경 선박까지 산업 포트폴리오는 과거 어느 시점보다 넓고 복합적이다.

‘AI 수도 울산’이라는 구호도 이제는 집적단지 구상과 데이터센터 구축, 제조현장 적용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 전환의 방향성만 놓고 보면 울산은 분명 선두권이다.

제조 현장을 기반으로 한 AI 적용,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항만과 산업단지가 결합된 입지 여건은 다른 도시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산업의 외연이 넓어질수록 과제도 동시에 쌓인다.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고,

글로벌 비용 급등과 제도 불확실성, 대외 정책 환경 악화는 기업들의 투자 판단을 흔들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의 질주가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고개들을 넘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투자유치 성과바탕 ‘글로벌 AI도시’ 로드맵

울산시는 민선 8기 들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이른바 ‘꽃밭 조성’에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산업용지를 확보했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담 공무원 기업체 파견을 통한 원스톱 인허가 지원, 광역비자 도입을 통한 외국인 전문인력 수급도 병행했다. 그 결과 2025년 11월 말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총 34조4912억원에 달한다.

시는 조성된 꽃밭을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업 현장과 도시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해 ‘글로벌 AI 도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미래 생태계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K-UAM 상용화 인프라 구축과 핵심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조선산업은 방산 혁신 거점 조성과 AI 선박 특화 플랫폼·애플리케이션 개발·실증을 통해 무인화·자율화 기반의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구축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AX 실증산단을 통해 공정 분석부터 설루션 개발, 가상 실증, 현장 적용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갖추고, 선도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버티컬 AI 모델 구축을 추진한다.

이차전지 산업 역시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해 소재·부품·장비 전주기 기업지원 거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SK와 아마존웹서비스가 투자하는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AI 거점도시 도약도 본격화한다. AI 혁신기업 유치를 통해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울산형 소버린 AI 집적단지’를 조성해 제조업에 특화한 AI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환기 울산이 마주한 복합 리스크

그러나 질주에는 반드시 부담이 따른다.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고, 글로벌 비용 급등과 제도 불확실성, 대외 정책환경 악화는 기업들의 투자 판단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았던 부유식 해상풍력 역시 여전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세계 최대급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수익성 구조 변화와 제도 불확실성이 겹치며 사업 추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규모는 커지고 공장은 늘어나지만, 일부 현장에선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자리는 늘지만 사람이 없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 현장 숙련인력, 중간 기술인력 모두에서 미스매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을 따라 사람이 오게 하려면 일자리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울산이 추진하는 AI·수소·이차전지·친환경선박 등 미래산업은 공통적으로 고숙련 인력과 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 문제는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지역 노동시장이 공급하는 인력 간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현장에서는 설비·안전·정비·공정 최적화 등 중간기술이 부족해 생산라인이 흔들린다는 호소가 반복된다.

결국 울산이 멈추지 않으려면 투자유치 성과를 인력의 상시 공급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산학연 연계 교육·재교육을 강화하고, 제조AI 실증과 함께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는 공사장에 머물고 산업 전환의 성과는 도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국가기간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온 울산은 지난 60년간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제 시대 흐름에 맞게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산업에 접목해 ‘AI 기반 제조혁신 도시’로 다시 발돋움하려 한다”며 “지난해 ‘AI수도 선포식’ 이후 AI산업 육성 조례 제정, 제조현장 AX 전환 지원, 초·중·고교~대학원~재직자에 이르는 전 주기 AI 인재양성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K-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제조강국 대한민국을 실현하고, 진정한 AI 수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