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진의 생활과 화학(1)]플라스틱의 양면성-편리함과 환경 사이

2026-01-22     경상일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수많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편의점의 음료수병, 카페의 일회용 컵, 식탁의 생수병까지, 어디를 둘러봐도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이 신소재는 20세기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지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역사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190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의 화학자 레오 헨드릭 베이클랜드가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를 만들면서 일상용품은 금속이나 뼈, 껍질 같은 자연 재료에서 인공 소재로 빠르게 대체되었습니다. 이후 석유를 원료로 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폴리에스터(PES) 등 다양한 종류가 등장했고, 각각의 구조와 성질에 따라 포장재·섬유·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작은 분자들이 사슬처럼 길게 연결된 ‘고분자 물질(polymers)’입니다. 이 분자 사슬의 구조를 바꾸면 단단한 자동차 범퍼나 헬멧이 되기도 하고, 부드러운 비닐장갑이나 필름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화학의 조합 하나로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점이 플라스틱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환경문제가 존재합니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썩지 않습니다. 바다에 떠내려간 플라스틱은 햇빛과 파도로 작게 갈라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물고기와 조개를 거쳐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울산에서는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원료가 전국으로 공급되며, 태화강과 울산 앞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2018년 해양수산부 조사에서 울산 연안의 부유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평균 4.73개로, 전국 10개 해역 평균(2.46개)의 약 2배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울산의 번영을 이끈 플라스틱이 이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를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음료를 마시고 병뚜껑과 라벨을 분리해 버린다면 재활용 효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또 옥수수 전분이나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친환경 소재가 등장해 일부 자동차 부품이나 가전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 한 학생에게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용자의 편리를 위해 없앨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방법으로 만들고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화학은 문제의 대상을 없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만든 플라스틱, 이제는 그 편리함만큼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운영지원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