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8) 온담정의 기운-구교공원

2026-01-22     경상일보

오늘은 하루 쉴까 날씨가 방해하니
아니야 그런 마음 먹으면 습관되지
온담정 시선을 잡고 식은 정이 부활한다

비석에 담은 유래 펼쳐서 읊고 있다
그 옛날 향교 터가 공원이 되었다지
배움이 비상했던 곳 머리가 맑아진다

구교동 주민들이 아끼고 보호하니
행복이 홀씨 되어 사방으로 날아간다
더 맑게 공원취지문 더 푸르게 보존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글귀가 있다. 요즘 나에게도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라도 공원을 가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은 지경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기꺼이 또 찾아왔다.

축축한 날씨에 이곳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원은 온기를 담은 정원으로 ‘온담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다채로운 색채의 식물들, 신비로운 수벽을 연상시키는 유리온담, 물이 흐르는 듯한 동선 패턴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형상화했다는 설명글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온담정 표시가 있는 곳의 철망 속에는 돌과 유리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벤치와 함께 붙어있는 여러 군데의 철망에도 돌과 유리들이 가득했다. 멀리하고 싶은 소재일 수도 있지만 정돈되어 있으니 의미 있는 오브제가 된 것 같았다.

이곳이 소재한 구교동에 대한 유래를 비석 글에서 확인해 본다. 옛 향교 터였으며 서기 1652년부터 지금까지 구교동으로 불리고 있음을 밝혀 놓았다. 무엇인가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이곳저곳의 비석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더 맑게 더 푸르게’라고 적힌 흑석 아랫부분에는 이 공원을 건립한 취지가 적혀 있었고, 어떤 나무 앞에는 ‘반구2동 새마을협의회’라고 새긴 돌도 세워져 있었다.

많은 것을 드러내고 싶은 이 공원은 기존 터에 새로운 생명을 많이 입혔음을 알 수 있었다. 안으로 쑥 들어가니 ‘새마을이 전하는 꼬마정원 향기’라는 제목도 보인다. 공원 속에 다시 조성한 꼬마정원이다. 흰 자갈돌이 비를 맞아 더 하얗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하얀 꽃으로 착각할 정도다. 오밀조밀하게 심어 놓은 꽃들이 알록달록 보기 좋다. 꼬마정원 앞에 철근으로 된 아치형의 구조물을 양쪽으로 세워 놓아, 장미들이 아치를 타고 오를 모습이 곧장 그려진다. 5월이 되면 꽃들이 피어 사람들을 더욱 반길 것이다. 황색의 큰 포트와 작은 포트로 만든 인형 두 개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독 위에 다정히 앉아 있으니 소재가 더욱 어울린다.

자연미를 살린 길들이 정답다. 파고라 주변 바닥의 붉은 타일이 비를 맞아 더욱 선명하다. 공원 사이에 난 붉은 길도 한층 운치를 더해 준다. 어떤 사람이 우산을 쓰고 공원으로 들어선다. “비 오는 날 공원을 나오셨네요.” 하니까, 정류장 갈 때마다 여기를 통해서 간다며 공원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이제 보니 공원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주변은 단독주택이고 길 건너에도 거의 단독주택이다. ‘꼭 공원을 가봐야지.’라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버스를 타기 위해 공원을 통했던 사람들은 공원의 품속에서 잠깐이라도 휴식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더는 공원이 아니다. 여기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맞은편은 대로변인 데다 바로 인도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듬직한 향나무의 자태와 공원 내에서 흐르는 온기를 그리워하며 자주 들려야 한다. ‘더 맑게 더 푸르게’가 적힌 흑석에 마음이 동해 한 번 더 매만지고 나왔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