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8)가마귀 싸우는 골에-정몽주 어머니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파에 좋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청구영언>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어머니 마음
백로와 가마귀를 소인과 군자로 비유하며, 군자로서의 삶을 지켜나가기를 원하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정권을 찬탈하려는 위험한 곳에 충신인 정몽주가 뛰어들면 위태롭다고 만류하는 어머니의 뜻을 전했다.
쓰러져가는 고려의 운명을 다시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아들 정몽주를 위해서 지은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새해 아침 동해 일출을 본다. 새해는 빛이다. 지상의 어둠 모두 사르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둥둥둥 빛보라를 일으키는 일출을 누가 맨 먼저 가슴으로 받아서 소원을 빌었는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새해 첫날 찬란한 해를 치마폭에 담아 안으며 기도하는 아름다운 풍정은 예나 이제나 한결같다.
자식 낳아 기르는 어머니한테서 모성애를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동물의 어미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모성애(母性愛)는 본능이다. 모성애는 거룩하다 못해 역사의 바퀴를 굴리는 원초적 에너지다. 자식 낳아 기르는 어미 되고 어느 날 하루같이 펄펄 끓는 가마솥을 머리에 이고 가지 않은 이 누구 있으랴. 모성애에서 비롯한 희생과 헌신 없이 인류의 역사가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을까. 모성애는 자식에겐 축복이면서 어머니에겐 또한 형벌이다. 누구라도 어머니의 자식이었다가 또 자식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인생의 길이지만.
시대가 바뀌어 나라를 지배하는 무리와 변절한 자들 사이에서 곧은 지조와 의리를 갖춘 사람이 자칫 휩쓸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방원이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서로 얽혀 백년까지 누리고자 할 때
이몸이 죽고 죽어 일 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그 어머니의 그 아들 정몽주의 단심(丹心)가이다.
이 노래는 이 시대에도 주군을 향한 충성심을 나타내는 노래로 널리 불리고 있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