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20)]말하는 것을 어려워해야 하는 까닭

2026-01-23     경상일보

오자서는 헤아림이 뛰어났는데도 오히려 오나라 임금 부차의 노여움을 사 죽임을 당하였고, 주나라 장굉(長宏)은 천문에 밝았으나 직언하였다가 모함을 받아서 죽임을 당하여 창자까지 잘렸으며, 초나라의 공자 사마자기(司馬子期)는 억울하게도 백공의 난에 연루되어 죽임을 당하여 양자강에 던져져 고기밥이 되었다. 오기(吳起)는 안문(岸門)에서 슬피 울며 그가 지키던 서하가 진나라 땅이 될 것을 통탄했으나 마침내는 초나라에서 손발이 잘리는 극형을 받고 죽었고,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람 동안우는 임금에게 진언했다가 도리어 죽임을 당해서 저잣거리에 내걸렸으며, 하나라 대신 관룡봉은 걸왕에게 간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심지어 공자조차도 사람들에게 올바른 도리를 가르쳤지만, 광(匡) 땅에서 포위당하여 곤욕을 겪었고, 은나라 탕왕은 매우 현명한 군주였지만 이윤이 일흔 번이나 참된 이야기를 해도 듣지를 않았다.

위의 이야기는 모두 <한비자> ‘난언(難言)’에 나오는 이야기다. ‘난언’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수많은 사람은 모두 세상에서 뛰어난 덕을 갖추고, 슬기로우며, 충성스럽고 선량하여 도를 터득한 선비임에도 불행하게 도리에 벗어난 어리석고 어두운 임금을 만나 자기들의 주장을 펴보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비록 현인이나 성인이었지만 죽음을 면치 못하고, 욕됨을 피하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을 설득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그러므로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현명하더라도 상대가 어리석고 어두우면 그 참뜻을 인정받기란 어렵다.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말에 담긴 뜻이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말을 듣는 사람이 어떻냐이다. 말을 듣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그 사람은 어떤 상태인지 등을 살피지 않고 그저 내 마음 내 생각에만 충실해서 말을 전한다면 내 말의 참뜻을 이해받지도 못할뿐더러 오히려 화를 당하기 쉽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저 내 말 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기에 앞서 내 말을 들어줄 그는 어떤 사람인지, 그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살피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