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화냐, 고용 보호냐’…현대차가 쏘아올린 로봇 갈등

2026-01-23     경상일보

‘자동화인가, 고용 안정인가.’ 완성차 생산 현장에 ‘피지컬 AI(Physical AI)’ 로봇을 투입하는 문제를 두고 현대자동차 노사가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우선 해외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합의 없는 국내 도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로봇 도입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로봇 투입에 따른 급격한 고용 충격을 경고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로봇 신기술 발표로 기업 가치를 높였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 구조 재편을 통한 생존권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본격적인 양산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노사 갈등’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현대차는 이달 초 열린 ‘CES 2026’에서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걸으며 관절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최대 50㎏ 하중을 들어 올리며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한다. 특히 노조가 주목하는 부분은 압도적 비용 효율성이다. 연봉 1억 원의 숙련공 3명이 3교대로 수행하던 작업을, 2억 원대의 로봇 한 대가 대체할 수 있으며, 유지비를 포함해도 2년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고효율 노동력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 기술 혁신이 국내 고용 불안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미국에 로봇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아틀라스를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미국 공장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국내 공장의 물량 부족과 고용 불안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해외 공장으로의 물량 이전에 따른 국내 공장의 가동률 저하 징후가 포착되면서 노조의 위기감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현대차의 국내 로봇 도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단계적 도입 구상만으로 노사 갈등은 첨예하다.

로봇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미래 산업 주도권을 둔 본질적 싸움이다. 사측은 기술 혁신의 사회적 책임을, 노조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기술 진보가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노사 ‘공진화’의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측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