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해양르네상스를 꿈꾼다, 북극항로를 개척하라]북서항로 개척·선박부품 수혈기지 승부수
꽉 막힌 러시아 바닷길 대신 캐나다로 향하는 우회 항로를 뚫고, 고장난 선박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신기술이 울산항을 ‘초격차 기술 항만’으로 발전시키며 북극항로 개척을 주도할 또 다른 성공 키워드로 제시된다.
22일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최근 2026-2040 중장기 경영전략 체계를 선포한 가운데 △LNG·메탄올 터미널 기능 강화 △수소·암모니아 터미널 건설 △LNG 벙커링 상용화 △차세대 선박연료 공급 시장 활성화 △MRO(유지·보수·정비)기술 기반 북극항로 개척 지원 등 ‘북극항로 연계 5대 실행과제’를 확정했다.
우선 UPA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투트랙 항로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북극항로의 핵심인 북동항로(러시아 측) 이용이 불투명해지자 대안으로 북서항로(캐나다·유럽 측) 개척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UPA는 그동안 네덜란드 선사가 독점하던 캐나다 동부 해안의 목재와 제지 수입 물량을 국내 국적 선사가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선사들이 북극해 운항 노하우를 축적하도록 돕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북동항로는 기회를 엿본다는 복안이다. 당장은 글로벌 제재로 막혀있지만, 제재가 해제된다면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원유 및 석유제품 등 에너지 자원 수송을 위한 시범 운항 준비 태세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UPA가 내세운 또 하나의 승부수는 MRO기술이다. 북극해는 유빙 충돌이나 혹한으로 인한 장비 고장이 잦아 항해 전후로 정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UPA는 울산의 주력인 제조업 인프라를 활용해 ‘3D 프린팅 기반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선박에 필요한 부품을 3D 프린터로 신속하게 제조·공급해 울산항을 ‘선박 부품 긴급 수혈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선박이 수리를 위해 울산항에 더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항만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정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선정 단계가 남아 있어 개발·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울산항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단 한국석유공사는 울산 북신항 내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배후 잔여 부지 약 7만3000㎡에 대한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 부지는 울산 북항 사업 총 부지 30만여㎡ 중 KET가 들어선 구역을 제외한 땅으로 오일허브 1단계 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현재 해당 부지는 구체적인 활용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환경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존 오일허브 계획대로 석유 탱크를 증설할지, 아니면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관련 시설로 전환할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향후 부지 활용 용역 등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확정하고 투자자를 유치해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극항로 개방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단순한 저장 시설 확충보다는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부지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잔여 부지에 대한 청사진이 조속히 그려진다면 울산항의 에너지 허브 기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항내 금싸라기 유휴부지도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