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운의 울산인물 탐구(7)]김지미와 메아리학교
지난 연말연시에는 이순재, 송도순, 김지미, 안성기 등 유달리 국민 사랑을 받았던 연예인이 많이 별세했다. 이들 중 우리나라 최고 스타 김지미가 울산 중산동 메아리학교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무덕 전 메아리학교 이사장이 메아리학교 전신인 ‘지성학원’을 개원한 한 곳이 1960년대 초 정선 탄광촌이었다. 당시만 해도 탄광촌은 소위 ‘막장’이라고 해 가난한 사람이 살아 자녀 교육은 엄두도 못 낼 때였다.
경남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던 박 전 이사장은 이처럼 어렵게 살아가는 탄광촌에서 봉사키로 마음먹었다.
박 전 이사장은 당시 초등학교만 졸업한 후 중학 진학을 못 하는 탄광촌 어린이에게 한글 철자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송판에 먹칠해 칠판으로 사용하고 광산촌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나무를 모아 책걸상을 만들어 지성학원 간판을 걸었다. 그런데 이 학원이 광산촌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120여명이나 되는 학생이 모여들었다.
이 무렵 광산촌과 농어촌 등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이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기사를 많이 써 휴머니즘 르포 기사로 명성을 날렸던 대한일보 오소백 기자가 마침 정선 탄광을 방문해 오지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박 전 이사장 기사를 쓴 후 이 학원을 돕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자 사회 각지에서 많은 성금과 물품이 들어왔는데 이 중에는 학원에 종이 없어 수업시간을 알리지 못한다는 오 기자의 기사를 읽고 김지미가 예쁜 종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 오 기자를 통해 박 전 이사장에게 보냈다.
이후 박 전 이사장은 지성학원이 정상화 되자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1972년 울산으로 와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메아리학교를 세운 후 특수교육을 시작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성학원을 떠나면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지만 김씨의 학원 사랑을 고맙게 생각해 김씨의 온정을 후학들에게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종을 가지고 와 메아리학교에 걸어 두었다.김지미와 오소백의 인연은 메아리학교로 온 후에도 지속되어 김씨는 메아리학교 운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고 오 기자는 1990년대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가 메아리학교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사진 전시회를 개최했을 때도 이 학교에 와 특강까지 했다.
메아리학교를 세우는 데 전력을 쏟았던 박 전 이사장은 2015년 타계했지만 학교 운영을 물려받은 박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 박설화 이사장도 김지미의 온정을 학생들이 기억하도록 이 종을 지금도 자신의 사무실 앞에 걸어 놓고 학생이 매일 이 종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박 이사장은 김씨가 타계했을 때도 교정에 김씨의 타계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보름 정도 걸어 놓고 학생들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씨는 갔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온정은 이 학교에 종이 걸려 있는 한 박 이사장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운 울주문화원 지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