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행좌 큰애기도서보수단 팀장, “책을 아끼는 마음과 정성으로 새생명 불어넣어”
2026-01-27 주하연 기자
이 변화의 중심에는 김행좌(사진) 큰애기도서보수단 팀장이 있다.
울산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김 팀장은 훼손된 책들이 이후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해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도서수선 교육을 듣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수선 도구를 하나둘 마련했지만, 실제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생활민원처리반 ‘척척 중구기동대’에 도서수선 동아리가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김 팀장은 그곳에서라면 그동안 익혀온 수선 기술을 마음껏 써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혼자라도 가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는 조용히 활동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책을 마주하며 배움은 더 깊어졌다. 훼손된 페이지를 살피고, 어떤 방식이 책을 오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같은 활동이 쌓이며 동아리는 변화를 맞았다. 담당 주무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속에 동참하려는 주민들이 늘었고, 이듬해에는 울산 중구의 정체성을 담아 ‘큰애기도서보수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회원은 80여명에 이른다.
김 팀장은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은 많지만, 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책임감과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역량강화교육을 수료한 뒤 활동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은 주 2회, 종갓집도서관과 산전만화도서관을 중심으로 중구 지역 작은도서관에서 모은 훼손 도서를 수선한다.
한 달 평균 300권가량의 작업이 이뤄진다. 단순한 테이핑이나 응급처치 수준의 보수는 오히려 2차 손상을 부를 수 있어, 교육과 실습을 통해 익힌 방법과 도구를 활용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손실된 페이지는 다른 도서관 도서를 복사해 붙이거나,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접 그림과 글을 그려 넣어 빈자리를 채운다. 무선제본 도서는 낱장이 많이 떨어질 경우 분리해 반듯하게 정리한다. 한 번 모이면 평균 4시간가량 작업이 이어진다.
그 결과 지난해 큰애기도서보수단은 2842권의 도서를 복원했고, 약 4800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김 팀장은 “권수보다는 수선 방법과 작업의 효율을 더 많이 고민해왔다”며 “성과를 수치로 들었을 때, 묵묵히 함께해준 팀원들의 수고가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서 수선은 책을 새것처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시 읽힐 수 있도록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라며 “누구라도 쉽게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수선 과정을 체계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