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의료원·광역비자, ‘공약’과 ‘현실’ 외면 말아야

2026-01-27     경상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울산 타운홀 미팅은 지역 사회에 희망과 실망을 동시에 안겼다. 세계적 공연 시설인 ‘더 홀 1962’에 대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 약속은 문화 불모지로 평가받는 울산에 분명 의미 있는 선물이다. 그러나 대선 공약이자 지역의 오랜 염원이었던 울산의료원 설립과 조선업 생존을 좌우할 울산형 광역비자 사업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어 지역 사회에 적잖은 허탈감을 남겼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울산의료원은 ‘공약 이행’의 문제로, 광역비자는 ‘경제적 관점’에서 재고를 정부에 요청했다.

어린이 치료센터 특화를 포함한 울산의료원 설립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시민들에게 직접 약속한 공약 사업이다. 대통령은 “울산은 재정 상황이 좋으니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짓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곳간이 찼으니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매년 20조 원에 달하는 국세를 묵묵히 납부하며 국가 재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울산에 대해, 지원 규모는 20% 수준에 묶어두면서 의무만 강조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다.

울산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국비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신축 중인 부산·대전·경남 의료원 역시 총사업비의 50%를 국비로 지원받고 있다. 유독 울산에만 ‘재정 여건이 양호하다’는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며 국비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지역 간 형평성은 물론 정부 정책의 일관성마저 저버리는 처사다.

울산형 광역비자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역시 산업 현장의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은 “외국인을 저렴하게 고용하는 것이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 현장의 내국인 인력 충원율은 55%에 불과하다. 2년간 쿼터가 440명에 불과한 이 사업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논리는 현장 현실을 모르는 빈약한 주장이다. 오히려 숙련된 외국 인력을 투명하게 공급하는 것은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길이다.

정부 정책의 생명은 신뢰다. 울산의료원과 광역비자 제도는 울산의 생존권 및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과업이다. 정부는 재정 논리와 우려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 전향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정부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