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못사주겠다” 입학철 학부모 한숨

2026-01-28     오상민 기자
“아들, 이번 학기에는 새 노트북 못사주겠다.”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이 울산 지역의 졸업·입학 선물 풍속도까지 바꾸는 모양새다. PC 핵심 부품인 D램 가격이 1년 새 5배 넘게 치솟으면서 노트북 신제품 가격이 중고차 값에 육박하자 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 초 출시된 주요 제조사의 프리미엄 노트북 가격은 300만~40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6 프로 울트라는 최고 493만원에 책정됐고, LG전자의 LG 그램 프로 AI 역시 전작 대비 50만원가량 오른 3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폭등의 주범은 D램이다. AI 서버 수요가 폭증하며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만 집중하자 일반 PC용 D램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 지난해 초 7만원대에 거래되던 16GW D램 가격은 최근 39만원을 돌파하며 1년 만에 약 457%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명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한 학부모는 “자녀 대학 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사주려 매장을 찾았다가 수백만원의 가격표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며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 연수용 중고차를 사주는 게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남 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제품 가격 부담에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지만, 중고 시장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2년 전 100만원대에 산 노트북이 왜 200만원에 올라오느냐”는 등의 ‘가격 올려치기’ 논란과 함께 적정 시세를 묻는 글이 하루에도 여러 건이 게시되고 있다. 심지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이 올라오면 사재기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중고 컴퓨터 헌터’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부품값이 올라 중고가 상승은 당연하다”는 판매자와 “단순한 투기성 매물”이라는 구매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며 지역 내 개인 간 거래마저 위축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메모리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산 라인이 AI 중심으로 재편됐고 고환율 압박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고가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노트북 출하량 감소와 소비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