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기후2050]얼어붙은 북반구, 과연 우연일까?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날씨와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복사를 생각하면,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12월22일 전후)가 가장 추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동지로부터 보름에서 한 달가량 지난 1~2월이 연중 최저기온을 기록한다. 땅과 바다는 열을 저장했다가 천천히 방출하는 특성이 있어, 동지가 지나도 한동안은 ‘들어오는 열’보다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아 누적 냉각이 이어지는 ‘계절 지연’ 때문이다.
이처럼 원리상 이상하지 않은 한파가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추위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예년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강추위의 핵심은 찬 공기가 남하한 뒤 빠져나가지 못하는 대기 구조에 있다. 한반도 동쪽에서는 고기압성 블로킹이 벽처럼 자리 잡고, 서쪽에서는 제트기류가 크게 굽이치며 찬 공기를 연속적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찬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 계속 쌓이면서, 추위는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한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는 기록적인 저온과 폭설로 항공과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 인근에서는 하루 만에 2m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지며 도시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4m가 넘는 기록적 폭설을 겪은 일본 역시 교통과 일상이 크게 흔들렸다.
한파가 반복되는 원인은 북극 상공의 ‘극 소용돌이’와 이를 둘러싼 제트기류의 변화에 있다. 본래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울타리 역할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며 북극과 중위도 간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세력이 약해진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요동치면서(사행천 현상),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 남쪽까지 깊숙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다.
북미 중부를 관통하는 흐름,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와 일본으로 이어지는 축, 러시아 동부와 캄차카 반도 인근, 그리고 유럽으로 내려오는 경로까지. 물론 이런 패턴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문제는 이제 한파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짧고 국지적인 추위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냉각이 일상을 압박한다.
이 극한의 추위는 단순히 ‘춥다’는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전력·수도·교통이라는 기반 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난방 수요 급증은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고,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한파는 곧 건강과 생존의 문제가 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제설과 복구,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한파는 이제 하나의 기상현상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 전반을 흔드는 리스크가 됐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런 극한의 날씨가 ‘예외’가 아니라 ‘전제 조건’이 되는 시대에, 우리의 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에너지 수요 관리, 취약계층 보호, 도시 인프라의 겨울 대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얼어붙은 북반구는 우리에게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기후의 조건에,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