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로봇의 시대,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26-01-29     경상일보

올해 CES 2026 현장을 찾으며 기술이 사회와 도시의 변화를 앞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 기술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중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과 도시의 역할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그 완성도와 움직임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려 왔던 로봇의 수준을 분명히 넘어서 있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로봇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울산의 현재 이슈는 분명 AI 시대의 산업 전환이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이 도시에 축적되어 온 산업과 노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와 경험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술 변화 앞에서 기대와 저항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늘 반복되어 온 역사적 장면이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기기관과 공장 자동화는 노동자들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결국 기계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가 되었고, 자동화는 더 많은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기술을 수용하고 조정해 온 도시와 사회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탄탄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지금의 로봇 기술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로봇은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인식되기 쉽지만,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회와 산업에 연결하느냐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전환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로봇은 인간이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을 먼저 돕는 역할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 정교하고 창의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울산은 특별한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울산은 오랜 시간 자동차를 생산해 온 산업 도시로서, 대규모 생산 시스템과 숙련된 노동, 기술 축적을 모두 경험해 왔다. 만약 자동차를 생산하던 공장이 로봇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되고,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로봇 수요에 맞춰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낸다면 울산의 산업은 오히려 더 확장될 수 있다. 이는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변화가 아니라, 그 DNA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환이다.

자동차를 조립하던 로봇은 이제 자동차를 만드는 로봇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자동차 생산은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과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중심지는 울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 전환은 도시 공간에서도 실증되어야 한다. 로봇 실증 도시는 공장에서의 시험에 그치지 않는다. 로봇이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돕고, 어린이와 노약자의 이동을 지원하며,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을 대신 수행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경험이 쌓일 때,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이해와 신뢰로 바뀐다.

도시를 가꾸는 일은 나무를 심고 꽃과 정원을 조성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감성적 환경은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와 시민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과 삶의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때, 도시는 비로소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일상 속에서 이해하고 체험하는 경험 역시 오늘날 도시가 제공해야 할 중요한 공공적 자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누가 먼저 축적하느냐이다. 로봇과 함께 살아보고 그 장점과 한계를 일상 속에서 학습한 시민들은 단순한 기술 수용자를 넘어선다. 이러한 경험은 교육과 훈련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으로 확장되며, 울산을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의 변곡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는 달라진다. 로봇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울산 앞에 놓인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 변화를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도시와 사람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해 나갈 것인가.

김범관 울산대학교 스마트도시융합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