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9) 매화 옛 등걸에 무명씨
햇가지에 피어난 첫 매화와의 눈맞춤
매화 옛 등걸에 春節이 도라오니
옛피든 가지에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청구영언>
소한(小寒) 대한(大寒) 다 보내고 하루 이틀 지나면 입춘이 눈앞이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마당귀의 매화 꽃눈은 입을 오므리고 한 데서 견디고 있다.
어제는 선암호수공원 매화가 피었다고 꽃소식을 전해왔기에 삼삼오오 달려갔다. 꽃놀이도 꽃구경도 아닌 매화눈맞춤이라고 할까.
막 눈뜨는 매화를 보는 순간 하늘 한 자락 열리고 마음의 문도 열리는 눈뜸하는 순간이었다.
청춘은 이미 산 아래 남겨놓고 많은 이가 예순의 언덕을 오르면서 해마다 피는 매화이건만 첫 매화의 눈맞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시심(詩心)에 화심(花心)을 붓질하는 것이다.
매화는 햇가지에 꽃눈을 촘촘 매달고 늙은 가지엔 드문드문 꽃눈이 달려있다. 우리는 얼음과 눈 속에서 연약한 꽃눈이 얼지 않고 견디는 모습을 귀하게 여긴다.
극한 한파를 이겨내었기에 매운 계절을 견디었기에 꽃이 눈을 뜨는 순간 향기는 멀리 가는 것이다.
사군자 그림을 보면서도 인생을 배운다. 햇가지엔 욕심 많게 옹기종기 꽃을 그리고 늙은 가지엔 듬성듬성 꽃 피우는 매화를 보며 우리는 인생을 배운다.
매화는 군자의 덕목에서도 제일 앞선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매화분을 책상 앞에 당겨놓지 않겠는가.
시대에 어른이 없다고 야단이며, 젊은이들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다고도 야단이다.
어른답기 어려움 중에 한 가지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매화를 보며 배워야겠다. 젊은이들은 욕심과 야망을 팽개치지 말고 끝까지 입 앙다물고 견디는 매화 햇가지에 매달린 꽃봉오리를 보며 인생을 다시금 다잡아야 될 것이다.
옛피든 가지에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매화 피면 봄이 오고, 봄 오면 우리 모두 잘사는 날이 오고야 말겠지요. 참음에 익숙하니 또 견디며 매화 피기를 기다리지요.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