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피지컬 AI가 만드는 산업전환, 준비된 인재만 살아남는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속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전 세계 제조 현장과 물류, 농·어촌 현장에서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결합된 로봇들이 실제 공정에 투입되며 산업의 판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피지컬 AI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기존 AI를 넘어, 센서와 관절, 로봇의 몸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며 그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단순 자동화 로봇이 아닌,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산업 주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 변화는 일부 기업이나 특정 국가의 실험 단계가 아니다. 미국은 제조·물류 전반에서 로봇 자동화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역시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제조 현장에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8년을 전후해 전 세계 제조업 인력 구조가 인간 중심에서 로봇 중심으로 본격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산업 현장의 변화는 ‘예상’이 아니라 ‘확정된 흐름’에 가깝다.
조선, 제조, 항공, 자동차 산업은 물론 농·어촌과 물류 현장까지 고위험·고강도·반복 작업 공정에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흐름이 되고 있다. 이는 산업재해 감소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이라는 분명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는 20kg 이상의 고하중 작업, 반복 작업, 위험 작업을 대체하며 중소기업과 이른바 ‘3D 업종’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 도입이 곧바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 도입 비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로봇을 운영·관리·감독할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로봇이 현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사고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제조 현장에서는 기존 CCTV에 AI를 결합한 지능형 안전 관리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사람이 화면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자와 로봇 사이의 거리, 위험 구역 진입, 쓰러짐이나 이상 행동을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설비를 추가하기보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지능화하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러한 기술 역시 도입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현장 특성에 맞는 기준 설정과 운영 체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는 지금 1차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했던 시기,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과 AI가 산업 구조를 바꿨던 흐름을 넘어, 인간·AI·로봇이 공존하는 5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 이 시대의 특징은 속도다. 변화는 빠르고, 과도기는 길지 않다. 준비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고, 뒤처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필자는 현재 학교에서 ‘AI산업안전시스템과’에 몸담고 있다. 학과 설립 초기에는 생소하고 다소 앞서 나가는 시도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학과는 이미 피지컬 AI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로봇과 AI를 단순한 기술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이를 어떻게 예측하고 예방할 것인지를 중심에 두고 교육하고 있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안전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진다.
피지컬 AI 로봇이 확산될수록 산업 현장에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진다. 로봇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기술 인력뿐 아니라, 로봇의 작동을 관리하고 공정을 이해하며,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위험을 통제하는 다양한 전문 직무가 형성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낸다.
시대는 이미 흐름을 만들었다. 단순 로봇의 시대를 넘어, 피지컬 AI 로봇이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안전하게 다루고 책임질 수 있는 인재다. 그 인재를 키우는 준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작돼야 한다. 지금은 준비할 시간이다.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