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대재해 제로 도시’ 울산, 특화된 안전 거버넌스 세워야

2026-02-02     경상일보

고용노동부가 지역 밀착형 안전망인 ‘지중해(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각지대 해소)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8개 지방정부와 손잡고 지역 산업 구조와 사고 유형에 맞춘 중대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노동자 도시’를 표방해 온 울산은 이번 사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는 4월 동부지청 신설로 ‘1광역시 2지청’이라는 노동행정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작 지역 특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정책의 내실을 채우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고용부의 ‘지중해 프로젝트’는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을 지원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을 반영해 예방 사업을 설계·집행하는 맞춤형 협력 모델이다. 부산은 뿌리산업·항만물류·수리조선을 중심으로 노후 설비 개선과 밀폐공간 안전 설비를 지원하고, 경남은 고위험 영세 제조업과 외국인·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예방 패키지를 운영한다. 경북도 취약 근로자와 영세 사업장, 고위험 작업 공정을 중심으로 예방 사업을 추진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그러나 산업 현장의 비극은 멈추지 않았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5년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망사고 376곳’의 실상은 참혹하다. 업종별로는 건설·제조업,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90%를 상회한다. 이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상적 건설·보수 현장이 ‘죽음의 일터’로 방치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증명한다.

울산의 산업 현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지난해에만 31건의 중대재해로 37명의 노동자가 사선에서 스러졌다. 통계보다 더 섬뜩한 것은 구조적 위험이다. 노후 산단의 설비 부식과 안전 관리조차 사치인 영세 사업장, 그 틈을 채운 취약 노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추락과 충돌 등 ‘재래형 사고’의 위협 속에 방치돼 있다.

특히 이번 지중해 사업 탈락이 뼈아픈 건 울산 산업 생태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기업을 정점으로 영세 협력사가 거미줄처럼 얽힌 ‘수직 계열화’ 구조에서, 피라미드 하단부의 안전 역량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지방정부의 현장 밀착 행정이 결합한 ‘맞춤형 안전망’이 그 어느 지역보다 간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대재해 예방은 노동자의 고귀한 생명을 수호하는 기본 책무이자, 산업도시 울산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고용부와 울산시는 이번 공모 사업 탈락의 실책을 뼈아픈 교훈으로 각인해야 한다. 커진 노동행정의 외형에 걸맞은 정책적 내실을 기하고, 울산의 산업 생태계를 정밀 타격할 ‘울산형 독자 안전망’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