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낮은 싸고 밤은 비싼 전기료, 장치산업에 ‘원가폭탄’ 되나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수요 관리가 필요한 저녁과 밤 요금은 올리는 것이 골자다. 과잉 생산되는 낮 전력을 산업계가 소비하도록 유도해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구조를 가진 울산 제조 사업장들도 업종별 조업 형태에 따른 실득 계산에 분주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1분기 중 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10%를 넘어서며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이 과잉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밤 시간대 산업용 요금이 낮보다 35~50% 저렴한 구조를 뒤집어 전력 소비의 시간대별 배분을 최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이 업종별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극명하게 갈라놓는다는 점이다. 자동차, 가전, 식품 등 주로 주간에 라인을 가동하는 산업은 비용 절감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낮 시간대 집중 가동을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출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다.
반면 석유화학, 철강(비철금속) 등 24시간 설비를 풀가동해야 하는 장치 산업은 초비상이 걸렸다. 밤 요금이 오르면 낮 요금 인하분으로 이를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탓이다. 철강 업계의 시름도 깊다. 그간 저렴한 심야 전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보전하던 경영 공식이 깨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철강·화학 등 전기 민감 업종의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중은 2022년 7.5%에서 2024년 10.7%로 치솟았다. 가파른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생산 및 투자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변수는 연내 도입될 ‘지역별 차등 요금제’다. 발전 시설이 밀집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에 요금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울산과 같은 전력 생산 거점 도시에는 기회 요인이다. 송전 비용 절감분이 차등요금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밤 요금 인상분을 상쇄할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유연한 조업이 가능한 기업엔 기회가 되지만, 공정을 멈출 수 없는 장치 산업엔 가혹한 원가 압박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 개편이 울산의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도록 세밀한 분석과 정책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