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멀어진 청년들,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도움 절실한 ‘사각지대’ 손길 못미쳐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지원은 존재한다. 상담 기관도, 청년 정책도 있다. 그러나 가장 도움이 필요한 청년일수록 그 지원에 닿기 어렵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해야만 시작되는 구조 속에서 고립·은둔 청년은 다시 한 번 제도 밖에 머문다. 이는 ‘지원의 부재’라기보다, ‘지원에 이르기까지의 거리’의 문제다.
◇지원은 있지만 닿기까지는 멀다
울산에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정책과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울산시청년미래센터는 정서 회복과 자립 역량 강화, 취업 연계까지 청년 지원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센터는 고립·은둔 청년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속도와 방향이 서로 다른 ‘과정 중에 있는 청년’으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립·은둔 성향 청년을 대상으로 개인 상담을 시작으로 일상 회복 프로그램, 정서 지원, 소규모 집단 활동, 자립 능력 향상 과정 등을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과 연계해 상담·치료와 구직 지원을 병행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정신병리 상담을 통한 정서 회복이 우선 필요한 경우도 있고, 사회 활동의 반경을 조금씩 넓혀가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대부분 센터에 들어온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립의 시간이 길수록 전화 한 통, 방문 한 번 자체가 큰 장벽이 된다. 센터를 찾는 청년들 상당수는 이미 여러 차례의 실패와 단절을 겪은 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낀 시점에야 문을 두드린다. 고립 성향이 강한 청년에게는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가 높은 문턱이 된다. 이로 인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 지원 문턱 낮춰야
현재 울산시청년미래센터가 사례 관리 중인 고립·은둔 청년은 115명이다. 사례관리사 1인당 평균 15명 안팎의 청년을 맡고 있다.
센터 내부에서는 이 정도가 개별 상황을 충분히 살피며 관리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관리 인원이 늘어날 경우가 문제다. 사례관리사 1명이 25명 이상의 청년을 맡게 되면 개별 면담의 깊이나 대응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립·은둔 청년은 작은 변화에도 세심한 관찰과 조율이 필요해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방식의 확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센터는 무작정 발굴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이미 연결된 청년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직접 발굴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현실에서 ‘지금 손에 닿은 청년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취업 역시 핵심 성과지표로 삼지 않는다.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난 뒤 곧바로 직장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이후 다시 고립으로 돌아가는 ‘재고립’ 사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사례관리 종료 또한 조심스럽다.
일정 수준의 사회 활동이나 취업이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관리를 끝내기보다는 고립도가 충분히 낮아졌는지, 위기 상황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회복은 단선적인 결과가 아니라 흔들림을 포함한 과정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홍국진 울산시청년미래센터 고립·은둔팀 팀장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속도나 숫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취업을 했다고 바로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오히려 그 이후가 더 힘든 경우도 많다”며 “얼마나 많은 청년을 발굴했는지 보다, 이미 연결된 청년 한 명 한 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복의 과정으로 이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