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도 주목한 조선업 인력난, 해법은

2026-02-03     오상민 기자

최근 울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한마디가 조선업 도시를 강타했다. 울산의 현안으로 주저 없이 조선업 인력난이 꼽혔고, 대통령 역시 현장의 외국인력 쏠림 현상과 인력 수급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는 것은 조선업 인력 위기가 지방자치단체의 호소를 넘어 국가적 문제가 됐음을 시사한다. 대통령의 진단처럼 지금 K-조선의 현실은 위태롭다.

본보가 세 차례에 걸쳐 K-조선 인력의 딜레마를 진단했듯 수주 호황이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외국인 없이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 저임금 구조에 지쳐 떠나버린 내국인 숙련공의 빈자리와 청년층의 부재가 공존한다. 건설업이 건설산업기본법을 통해 숙련공의 미래를 보장하는 동안 세계 1위를 자부하는 조선업은 인력과 생태계를 보호할 모법(母法)도 없이 방치돼 왔다. 이를 바로잡을 해법으로 제안되는 것이 ‘조선산업기본법’이다. 그렇다면 현장이 바라는 기본법의 실체는 무엇일까.

정치권·지자체·업계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핵심은 공정과 지속 가능성에 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며, 무분별한 재하청 남용을 막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단순한 기업 규제가 아니다. 숙련공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현장에 머물게 해 끊어진 기술 전수의 맥을 잇게 하는 최소한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김종훈 동구청장이 제기한 지자체 권한 강화는 법안을 떠받칠 또 다른 핵심 축이다. 김 청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노동자 채용은 중앙정부와 기업이 결정하지만, 그 뒷감당은 오롯이 지역사회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짧은 기간 외국인이 급증하면 쓰레기 처리, 치안, 소통 단절 등 사회적 비용이 폭발하지만 지자체는 인력이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조차 사전에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법에는 기업이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전 반드시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고, 이에 따른 행정·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지원하는 근거가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자체가 예측 가능한 행정을 펼치고, 지역주민과 외국인이 상생할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청 외국인 중심의 기형적 구조를 내국인 중심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 조선 기술 주권도 신기루에 그칠 것이다. 대통령의 관심으로 조선업 인력난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울산과 거제시가 쏘아 올린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요구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닐 것이다. 무너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해 지속 가능한 K-조선을 만들자는 절박한 호소다. “언제까지 싼값의 외국인력으로 땜질만 할 것인가”라는 대통령의 질문에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오상민 정경부 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