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노동→근로’ 조례 개정 갈등 심화

2026-02-03     이다예 기자
울산시의회가 울산시교육청 조례에 포함된 ‘노동’ 용어를 ‘근로’로 바꾸려는 것을 두고 지역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시대착오적 퇴행 조례안”이라며 반발하자, 시의회측은 “논쟁을 정치적 구호로 단순화해 왜곡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2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울산시교육청 조례와 관련된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를 잇달아 공고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권순용 울산시의원은 시교육청 조례 내 ‘노동’을 ‘근로’로,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한 용어와 다른 내용을 법령과 동일하게 정비해 용어 사용에 관한 혼란을 해소하겠다는 게 개정 이유다.

해당 조례는 △시교육청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조례 △시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 및 관리 조례 △시교육청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등에 관한 조례 △시교육청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 등 4건이다. 이들 조례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시의회 교육위를 통과해 오는 6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해당 시의원과 시의회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울산시민연대 등 21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은 노동의 역사를 합의로 쌓아온 도시다. 이를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거꾸로 돌릴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가 수동적 존재를 의미한다면 ‘노동’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자 하는 능동적 존재”라며 “이에 2021년 8월 울산 지역사회 합의를 통해 관련 조례를 개정했고, 기존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을 노동자종합복지회관으로 바꾼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법률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등 ‘노동’은 사회적으로 공식적·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개념”이라며 “권 의원과 조례를 통과시킨 교육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하고, 시의회는 본회의에서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 이후 부결 촉구 의견서를 시의회 의장실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은 ‘노동’을 ‘근로’로 바꾸는 데 대해 부동의 의견을 냈다. 시교육청은 2021년 5월 시의회 교육위에서 당시 조례에 사용되던 ‘근로’를 ‘노동’으로 개정한 사례 등을 들며, ‘노동’ 용어를 유지하는 방안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보다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 국회의원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정신과 국가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퇴행적 시도”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앞서 진보당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지난달 30일 SNS 게시물을 통해 “시대를 따라가기는커녕 역행하는 조례안을 발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교육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개정조례안의 핵심은 가치 선언이 아니라 법 적용의 명확성”이라며 “조례의 용어 사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위법령 용어와 통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입법예고 기간 공식 제출된 의견은 없었다”며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실질적 권익과 권리는 그대로며, 일관성을 높여 권리 보호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