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칼럼]매일의 선택이 미래의 건강을 만든다

2026-02-04     경상일보

현대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정밀 영상기술,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 유전자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맞춤 치료까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뇌심혈관질환, 치매, 그리고 노화는 여전히 우리 삶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에만 의존할 경우 요요현상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암 치료에서도 표적항암제와 면역치료제가 개발되어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지만, 암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재발의 가능성을 남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거대한 문제들의 해법은 최첨단 기술보다 훨씬 소박한 곳에 있다. 바로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암을 예방하려면,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피하려면, 치매를 늦추고 노화를 더디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수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답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절주와 금연, 그리고 충분한 수면이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단순한 원칙들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의학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단순한 열량 공급원이 아니라, 몸속 염증과 대사를 조절하는 신호다.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 견과류 위주의 식단은 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혈관을 보호하며 뇌 기능 저하를 늦춘다. 반대로 가공식품, 과도한 당분,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만성 염증을 키워 암과 심혈관질환, 치매의 토양을 만든다. 특별한 영양제나 ‘슈퍼푸드’를 찾기보다, 덜 가공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두세 끼, 수십 년을 반복하는 식사는 어떤 첨단 신약보다도 가장 강력한 예방약이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체중을 조절하며 뇌혈류를 증가시켜 암과 뇌심혈관질환 사망률을 의미 있게 낮춘다. 동시에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고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며,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어느 한 질환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약물이 존재할 순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다목적적이면서도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치료이자 예방법이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은 비만 예방을 통해 뇌심혈관질환과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비만은 단순한 체형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암, 당뇨병,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지방간, 그리고 치매로 이어지는 만성질환의 출발점이다. 비만한 몸은 늘 만성 염증 상태에 놓여 있고, 이 염증은 혈관과 장기, 뇌를 서서히 손상시킨다. 따라서 비만 예방은 가장 기본적인 질병 예방 전략이다.

금연과 절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발암 요인 가운데 암 발생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큰 것은 흡연으로 약 25%에 달하며, 음주 역시 약 10%를 차지한다. 흡연은 폐암에 그치지 않고 구강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소화기계 암뿐 아니라 후두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신장암, 방광암, 백혈병 등 다양한 암을 유발하며,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알코올 섭취 역시 구강암, 인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은 물론 유방암의 위험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다. 수면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리며 치매 위험을 높인다. 일정한 시간의 취침과 기상,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어두운 수면 환경과 같은 기본적인 수면 위생만으로도 몸의 리듬은 크게 개선되고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의학은 점점 더 정교하고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건강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매일의 선택을 기억한다. 오늘 먹은 음식, 오늘 걸은 걸음 수, 오늘 피운 담배 한 개비, 오늘 잠든 시간이 쌓여 미래의 건강을 결정한다. 암을 예방하고 혈관과 뇌를 지키며 노화를 늦추는 어려우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생활습관을 바꾸어 실천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신약과 첨단 의학기술이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순 있겠지만 질병을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생활습관의 선택이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