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꿩 잡는 게 매

2026-02-04     경상일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꿩 사냥을 제법 했었다.

사냥이라고 표현했지만, 일종의 놀이였다. 주로 콩에 청산가리 성분의 ‘싸이나’를 넣어 꿩을 잡았다.

추운 겨울에 먹잇감 구하기 어려운 꿩은 눈앞 콩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갔다. 꿩을 잡는 또 다른 방법은 짚으로 엮은 채반을 막대기로 세워놓고 막대 끝에 끈을 매달아 먹이로 유인한 뒤 낚아채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따금 의외의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꿩 잡는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 외에 나는 조약돌을 활용했었다. 꿩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수풀 근처로 다가가서 힘껏 돌을 던지는 것이다.

위험을 간파한 꿩은 예민한 청각을 총동원해 돌을 던지는 순간 날아가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운이 좋을 때는 돌팔매질 몇 번에 꿩을 잡기도 했다. 그렇게 잡은 꿩을 집에 갖고 가면 어머니는 다양한 꿩 요리로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셨다.

꿩으로 만두도 빚고, 구워 먹기도 하고, 탕으로 끓여 먹기도 했다. 깃털은 펜촉에 끼워 활용했으므로 꿩 한 마리 잡으면 버릴 게 없었다. 겨울에는 연례행사처럼 꿩 사냥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때는 진짜 내가 꿩 잡는 매라도 된 듯 우쭐했었다. ‘싸이나’든 ‘채반’이든 ‘돌’이든 꿩을 잡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어른이 돼 사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새삼 느꼈다.

성공이라는 글자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그 속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무수히 반복돼 있다는 말도 있다. 실패하지 않은 방법은 도전하지 않으면 되지만, 성공도 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 돌을 던져 꿩을 잡겠다는 생각에만 매몰됐다면 꿩을 잡는 성공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창 젊을 때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겪은 인상적인 경험과 기억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번은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는데 직원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한쪽은 실패의 위험이 크긴 하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더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서 추진하자는 의견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것이다. 다른 쪽은 성공 가능성이 작은데 굳이 섶을 짊어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선택하냐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성공의 근거를 대는 직원보다는 반대를 주창하는 직원들의 이유와 핑계가 더 많았고 강력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편과 귀찮음이 적나라하게 느껴져 입맛이 씁쓸했던 기억이 아직도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한창 사업에 매진할 때 관공서를 드나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공직자들의 복지부동도 이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접근하는 공무원보다는 각종 규정과 근거를 들어 차일피일 미루는 공무원이 더 많았다.

‘안 되는 이유와 못하는 핑계’의 무덤을 마주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한참 전의 일이었지만, 그때의 편견이 공직자에 대해 선입견을 품게 했다. 그러나,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민간인 신분에서 공직자 신분으로 바뀌어 일을 하면서 겪은 공직자들은 그때 그 시절의 공무원이 아니었다. 내가 만나본 대다수의 공직자는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시도와 도전에 대해 주저함이 적었다. 민선 8기를 이끄는 리더의 업무 추진 성향을 파악한 것도 한몫했겠지만, 직원들 스스로 업무를 찾아서 하겠다는 의욕과 열의가 넘쳤다. 돌을 던져 꿩을 잡는 돌팔매질과 같은 조금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시민의 삶과 울산의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공직자라는 높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안 하겠다거나 못 하겠다’라는 이유와 핑계의 무덤이 사라지고 ‘어떻게든 해내겠다’라는 시대와 세월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공직자상을 울산시 공무원들이 새롭게 만들고 있다. 투자든 기업 유치든 울산시가 해낸 모든 일에는 크든 작든 장애물과 걸림돌이 있었겠지만, 의지를 갖고 하고자 하면 또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그간 성과와 결실이 증명하고 있다. 꿩 잡는 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는다면 그게 바로 매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울산시 공직자는 시민과 울산을 위해 돌팔매질을 과감히 할 수 있는 꿩 잡는 매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