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멀어진 청년들,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한지붕 아래 먹고 자며 사회로 나갈 힘 키운다
고립·은둔 청년을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일은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상담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도 청년이 그 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울산시청년미래센터가 공동생활가정과 지역 연계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자 견디게 하는 지원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이들 청년에게 실패해도 두렵지 않다는 희망의 시선을, 그리고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나가 보면 어떨까. 이들은 우리 울산의 소중한 미래다.
◇센터를 넘어 지역과 연결하다
시청년미래센터는 최근 ‘센터 안의 지원’을 넘어 ‘지역 안의 연결’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센터 위치가 관내 모든 청년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각 구·군의 청년·복지 시설에서도 고립·은둔 청년들이 머물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연계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다. 과거 체결된 업무협약이 주로 홍보와 발굴 목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실제로 청년이 이동하고 참여하는 실질적인 협력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 영역은 관내 전문기관과 나누고,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사회성 회복은 센터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센터 내부에는 상담 일정과 관계없이 언제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외출을 지속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가받거나 비교당하지 않고 ‘있어도 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할 중 하나다.
다만 센터는 발굴 중심의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요리 바우처 등 일부 지원 방식이 자칫하면 고립 상태를 더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립을 관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관계로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처럼 센터의 역할이 ‘연결’에 방점이 찍히면서, 단순 프로그램을 넘어 청년의 일상 자체를 다루는 보다 깊은 개입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공동생활가정’이다.
◇공동생활가정 ‘회복의 실험’
울산의 공동생활가정은 일반적인 주거 지원이나 보호 시설과는 성격이 다르다. 탈고립을 목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며 변화가 실제 삶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사회로 나가기 위한 생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동생활가정은 사례관리자와 생활지도자가 함께 참여해 약 두 달간 운영된다. 한 기수당 2~3명의 청년이 참여하며 현재까지 3기수가 진행됐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특화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생활 공간과 상주 지도자가 필요해 전국적으로도 운영 사례는 드물다. 공공기관 가운데서는 울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울산형 공동생활가정의 핵심은 ‘숙식’에 있다. 인천이나 충북의 주간 공동활동 중심 모델과 달리, 울산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생활을 함께한다. 식사 준비와 빨래, 공간 정리 등 생활 전반을 함께하며, 단순한 거주를 넘어 생활 습관과 사회적 역할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가정 내 역할을 경험하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것이 목표다.
A(남·20대)씨는 공동생활가정을 통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6년 이상 은둔 생활을 이어온 그는 상담 초기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센터에 주 3~4회 나와 봉사활동과 사례관리를 병행하며 공동생활가정에 참여했다. 중간에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껴 한 차례 퇴소했지만, 이후 공동생활가정에 다시 자진 신청해 끝까지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공공근로 참여를 준비하는 한편, 사이버대학 수업을 들으며 일상으로의 회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례는 공동생활가정이 고립·은둔 청년을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회복의 경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계 속에서 생활을 다시 배우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울산형 접근의 핵심이다.
정치락 울산시청년미래센터 센터장은 “한정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쉽지 않은 포맷이지만, 지도자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사실상 유일하게 이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울산의 경험이 향후 전국적인 표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실효성을 갖는 사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