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피지컬 AI시대의 마지막 감각, 후각과 동남권의 새로운 가능성

2026-02-05     경상일보

AI 기술은 이미 인간의 시각과 청각을 상당부분 모사하고 확장해 왔다. 카메라는 사물을 인식하고 마이크는 언어를 이해하며 로봇과 자율 시스템은 이 두 감각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오감 가운데 여전히 기술이 충분히 다루지 못한 감각이 있다. 바로 후각이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고 표준화된 수치로 나타내기가 어려우며 상황과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에 후각은 오랫동안 피지컬 AI가 넘기 어려운 마지막 난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상과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감각의 연구를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 위험 가스 누출, 식품의 변질, 환경 오염, 산업공정 이상 징후 등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냄새가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서 나는 냄새는 생명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다. 입과 코에서 나오는 냄새, 피부의 체취 그리고 대변과 소변 등에 포함된 냄새 분자는 이미 의학적으로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문제는 냄새를 ‘느끼는 것’과 ‘이해하는 것’ 사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후각 AI의 출발점은 냄새 분자를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다. 인간의 코가 수백 종의 후각 수용체를 통해 냄새 분자의 조합을 감지하듯 AI 역시 개별 화학성분을 구분하고 그 패턴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센서 기술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면 아무리 뛰어난 AI 알고리즘도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결국 후각 AI의 성패는 센서와 수학 그리고 AI 모델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의료영역에서 후각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당뇨, 암, 감염성질환, 대사질환 등은 체내 변화에 따라 특정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이를 막연한 ‘이상한 냄새’로 느끼지만, AI는 이를 데이터로 학습하고 패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입김, 피부, 배설물, 소변에서 나오는 냄새 정보를 비침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질병을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예측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도 가능해진다. 이는 병원 중심의 치료를 넘어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을 전환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도전은 단순한 센서 개발이나 의료기술을 넘어선다. 냄새는 수많은 분자의 조합이며, 환경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잡음이 많고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일은 전형적인 수학적 문제다. 확률적 모델링, 통계적 추론, 머신러닝과 최적화 기법 없이는 냄새 데이터를 해석할 수 없다.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후각 AI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매력적인 관심 영역이다.

동남권은 이러한 연구를 현실과 연결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화학·제조산업, 항만과 물류, 밀집된 도시환경 그리고 대형 병원과 의료인프라가 공존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부산대학교 휴머노이드 후각디스플레이센터(HIRC)는 이러한 지역적 맥락 속에서 후각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기간의 성과를 약속하는 연구가 아니라 긴 호흡의 축적이 필요한 도전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특정 기관의 성과나 홍보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후각 AI는 아직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다. 그렇기에 한 곳의 성공보다, 여러 시도가 축적되는 생태계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 주도 성장이 시혜가 아닌 생존전략이라면 피지컬 AI의 마지막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 역시 그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냄새를 이해하는 AI는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으나 한 번 길이 열리면 로봇, 의료, 환경, 안전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닌다. 이는 빠른 추격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여는 선택이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큰 데이터나 더 빠른 연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간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감각을 끝까지 이해하려 했는지가 기술의 깊이를 만든다. 냄새 분자를 인식하는 센서와 그 의미를 해석하는 AI, 그리고 이를 현실 문제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동남권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중요하다. 후각이라는 마지막 감각 위에서, 또 하나의 미래가 동남권에서 출발하였으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김현민 부산대학교 교수 산업수학센터장